2015 프리미어12를 지배했던 대표팀 3번타자 김현수(28·두산)가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김현수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 3번타자 겸 좌익수로 나와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13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대표팀 타자들 중 최다타점이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현수는 전날 도쿄돔에서 열린 자율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조건만 맞으면 (메이저리그에) 갑니다"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뜻을 표명했다.

19일 대표팀은 숙적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4-3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천금같은 승리를 거뒀지만 그는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게 3삼진을 당한 것을 자책하며 자율 훈련에 동참했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마친 그에게 취재진들은 "몸값이 엄청 올랐다"는 말을 건넸다. 김현수는 "기사로만 접했지 실감은 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는 그는 소속팀 두산 베어스 잔류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에이전트가 저 머리 나쁘다고 혼자 있을 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분명한 목소리로 "조건만 맞으면 갑니다"면서 처음으로 도전 의사를 밝혔다.

두산은 프리미어12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방문하며 김현수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조심스럽게 "지난 6일 출국을 하기 전에 연락이 왔으면 좋았을 것이다"면서 "제가 기자들에게 '잔류와 미국 진출 중 정해진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곧바로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현수는 취재진들에게 "일단은 국가대표로 뽑혀 왔으니 대회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이례적으로 결승전 경기 종료까지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중하면서도 국가대표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발적으로 훈련에 나온 김현수는 21일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맹활약을 펼치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당위성을 입증했다.

그는 이번 대회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대표팀 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김현수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연봉 협상 중인 박병호(넥센)와 일본시리즈 MVP 이대호(소프트뱅크) 앞에서 오히려 더 눈부신 활약을 했다.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두 '형님'과 비교되며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