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대학입학 논술시험을 치루면서 63만여 명이 응시한 2016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되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청소년 12년 간 공부한 결산을 하는 시험이다. 대입수능은 수험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한 삶의 고비일 뿐만 아니라, 수험생 가족들도 수험생 못지않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 부으며 통과해야 할 터널이다.

시험에는 반드시 순위가 있기 마련이고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높은 점수를 받아서 순위가 상위에 있고, 목표한 점수를 받아서 목표한 대학에 합격하는 사람은 성취감과 행복을 맛보겠지만, 낮은 점수에 목표한 대학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사람은 좌절과 고통을 맛보게 되어 있다. 산다는 것, 생존은 경쟁이다. 경쟁에는 반드시 우열(優劣)과 승패가 따른다. 우수해서 승리한 자는 웃을 수 있고 얻을 수 있지만, 열등(劣等)해서 실패한 자는 웃을 수 없고 상처를 안고 아파해야 한다.

대입수능에서만 아픔과 기쁨이 교차하고, 시련과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광활(廣闊)한 벌판에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과 함정이 수없이 엎드려 있다. 바닷가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들을 잘 풀고 이겨내지 못하면 자기도 모르게 삶의 낙오자가 되고 예외자(例外者)가 되기 쉽다. 특히 꿈도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의 좌절과 상처는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나 전기(轉機)가 되기 쉽다. 시간적 과정과 공간적 관계, 환경적 작용과 인간적 인과(仁果) 속에서 꿈을 설정하고 그 꿈을 향하여 끝없이 노력해 나가야 할 청소년 시절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얼마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이 많이 팔린 적이 있다. 나는 그 책을 사서 읽은 적은 없으나. 청춘이 왜 아파하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순수한 청춘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너무나 불법과 부패로 물들어 있고, 꿈 많은 청춘의 눈으로 보면 기성(旣成)의 벽은 너무나 높고 차갑기만 하다. 정신적인 충만을 누리기도 수많은 제약이 앞을 가로막고, 물질적인 안정을 추구하기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꿈꾸고 꿈의 실현을 위하여 달려가야 할 축복 받은 청춘은 자칫 시련과 좌절 속에서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자포자기의 길로 달려갈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 인생은 끝없는 문제와 시련의 연속이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이 밀려오는 문제와 시련들은 이겨내는 일이다.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실패해도 주저앉거나 도망치지 않고 다음 문제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겨낸 것이다. 삶이란 수많은 시련과 실패를 딛고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장거리 경주, 마라톤이다. 숨차고 땀나고 다리가 팍팍하고 무너질 듯 힘들어도 참고 견디고 주저앉지 않고 되돌아서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하여 꿈을 향하여 앞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어가는 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상을 많이 살았다는 것은 수많은 시련과 실패를 이겨냈다는 것이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단련되어서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춘은 삶의 시련과 실패에 직면해서 처음이기에 미숙하거나 많은 상처를 받기 쉽다. 아직 마음과 몸이 단련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순수하고 진실되고 정의로우며 진취적인 청춘의 특권은 하늘이 준 축복이다. 아픔도, 슬픔도, 시련도, 좌절도 청춘의 심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하늘의 축복이다. 청춘이 아프고 슬프고 분노하고 질주하는 것은 청춘이 꿈꾸기 때문이다. 꿈은 삶을 밀고 가는 추동력(推動力)이요, 삶을 앞에서 끌고 가는 견인차(牽引車)이다.

막막하고 먹먹한 세상,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는 청춘에게 주어진 숙제요, 귀한 축복이다. 현재와 미래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정해지지 않았으니, 자기가 주체적으로 꿈꾸고 그려가고 헤쳐가고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삶, 자기의 운명은 자기가 꿈꾸고 자기가 만들어 가야 한다. 본래의 꿈이 조금 변할 수도 있고, 본래의 꿈이 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본래의 꿈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완전히 다른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꿈꾸는 존재다. 그러나 살아 갈수록 꿈은 바래지고 삭아간다. 꿈꾸는 능력도 약화된다. 꿈꾸어야 할 이유도 필요성도 적어진다.

축복 받은 청춘이여, 가장 많이 꿈꾸고 가장 많이 아파하라.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도, 사람들도, 세상도 좀 더 깊이 보이고, 좀더 넓게 보이게 된다. 꿈꾸고 시련을 주는 것은 청춘의 심신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켜서 큰 그릇으로 쓰기 위하여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옛 성인들은 한결 같이 강조하고 있다. 인내하면서 노력하면서 시련을 잘 견디어내면 터널에는 끝이 있듯이, 밤이 깊으면 동트는 새벽이 찾아오듯이 반드시 빛나는 날이 오게 되어 있다.

꿈꾸는 청춘이여, 그래서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 끝없이 꿈꾸고 도전해야 한다. 끝없이 일어나고 일어나야 한다. 선하고 지혜로운 인간이 되어서 절망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빛이 되어야 한다. 젊은 날, 수없는 고난과 실패를 딛고 일어나서 세상의 꺼지지 않는 빛이 된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숱한 역경(逆境)을 이를 악물고 온갖 노력을 다하여 이겨낸 사람들이다. 진정 꿈을 이룬 사람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든 자포자기와 게으름을 이겨내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