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머신 같았다.

황재균(28·롯데)은 12일 오후 1시(한국시간) 대만 타오위안야구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2015 프리미어12 B조 예선 3차전에서 7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의 활약 속에 김인식호는 13-2,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개막전 패배 이후 2연승을 달렸다.

힘들이지 않았다. 변화구에 잘 대처해 간결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황재균의 연타석 홈런은 모두 한국 타선을 깨우는 시발점이었다.

황재균은 3-2로 불안하게 앞선 4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와 베네수엘라의 3번째 투수 로베르트 팔렌시아의 5구째 커브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3회초 실책을 만회했다.

탄력을 받은 한국 타선은 4회에 3점을 추가, 7-2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황재균은 5회말에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118㎞짜리 커브를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번에도 후속 정근우(한화)의 적시타와 손아섭(롯데)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얻었다.

황재균이 성인 국가대표 자격으로 국가대항전에서 홈런 손맛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12타수 8안타 5타점 타율 0.667로 불방망이를 휘두를 때도 홈런은 없었다. 앞서 2012년 아시아시리즈는 소속팀이 출전한 대회로 국가대항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황재균은 올해 KBO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홈런 이상(26홈런)을 때리며 대형 3루수 계보를 잇고 있다. 97타점도 개인 최고 기록이다.

그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황재균은 2015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했다.

꼬였다. 소속팀 후배 손아섭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KBO 규정상 한 팀에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선수는 1년에 1명이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도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

롯데는 심도 깊은 논의 끝에 손아섭에게 먼저 포스팅 기회를 주기로 했고, 이를 위해 오는 16일 KBO에 공시 요청을 하기로 했다.

손아섭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해야 황재균에게 포스팅 기회가 온다. 황재균은 대기자 입장인 셈이다.

대회가 열리는 대만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찾아 옥석을 살피고 있다. 메이저리그 레이더망 안에서 날린 황재균의 홈런 두 방은 의미가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