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번째 K리그 우승컵을 거머쥔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또 다른 전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북은 8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47분 터진 이재성의 골을 끝까지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22승6무8패(승점 72)가 된 전북은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포항 스틸러스(17승11무7패·승점 62)를 따돌리고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성남(2001~2003년) 이후 12년 만에 연패를 달성한 팀이 됐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이기기에 급급했고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경기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큰 영광을 팀과 나에게 줬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영광을 돌렸다.

부임 후 4번째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 최 감독은 "전북이 고비에 섰다"며 조금은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최 감독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전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단과 여러 문제를 상의해야 한다"면서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일으켜 세우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올해같이 우승에 연연하기 보다는 전북만의 독특한 팀 문화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구상을 전했다.

내년 시즌 목표는 리그 3연패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최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려면 큰 선수가 필요하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1~2명 혹은 2~3명 정도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면서 구단의 지원을 당부했다.



▲최강희 감독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2009년과 2011년에는 전북의 색깔인 공격적인 모습으로 우승을 했다. 작년에는 내가 팀에 복귀해서 우승이 간절해 후반기 이후 수비 밸런스와 조직력을 가다듬어 우승을 했다. 올해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이기기에 급급했고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경기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큰 영광을 팀과 나에게 줬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오늘 경기를 돌아본다면.



"선수들이 꼭 이겨 우승을 결정짓겠다는 의지가 컸다. 제주 또한 작년과 같은 상황을 주지 않겠다는 무장이 잘 됐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각보다 양 팀 모두 박진감 있는 경기를 했다. 선수들의 의지가 승리의 요인이다. 올 시즌 1위에 일찍 올랐지만 고비가 되는 경기를 선수들 스스로 이겨냈다. 우리가 능력이 있으니 분위기만 흐트러지지 않으면 어느 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전북은 항상 시즌 초부터 우승 후보로 꼽혔다. '디펜딩챔피언'과 '절대 1강'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매번 어려운 경기를 했다. 내 기억으로는 상대를 압도한 경기가 많지 않았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어려웠다. 전북만의 희생 및 헌신하고, 애정을 갖는 정신에 이동국과 루이스, 조성환 등 노장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다. 작년과 올해를 되돌아보면 그런 분위기가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부임 후 10년이 지났는데 향후 10년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내가 처음에 부임했을 때는 '우리가 리그에서 한 번이라고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별을 4개나 달았고 명문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내가 원하던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는 많은 팬들도 경기장을 찾으셔서 응원을 해주시고 관심도 가져주셨다. 팬, 구단, 선수단 삼위일체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전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구단과 여러 문제를 상의해야 한다. 전북이 고비에 섰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일으켜 세우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올해같이 우승에 연연하기 보다는 전북만의 독특한 팀 문화를 만들도록 하겠다."



-위기가 있었다면.



"선두에 일찍 올랐지만 4번 정도 위기가 있었다. 우리가 졌을 때 수원이 같이 지고, 포항과 서울이 늦게 발동이 걸렸다. 리그를 8~9개월 진행하려면 높낮이가 적어야 한다. 개인도 팀도 그렇다. 일정 수준의 경기력과 이를 헤쳐 나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승을 했을 때 '다른 팀의 연봉은 어떻게 가는가'에 대해 기웃거렸는데 올해는 탈피하고 싶다. 연봉이 다른 팀의 몇 배가 되면 그만큼의 가치를 높이고 수입을 창출하고, 경기력으로 팬들께 어필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소극적인 투자로 어느 팀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안 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들의 몰락을 봤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4~5년 지속되면 K리그는 우리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나날이 발전되고 있다. 주변국처럼 투자할 수는 없지만 K리그만의 장점과 한국만의 능력이 충분하기에 조금만 투자가 이뤄지면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우승도 기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년 챔피언스리그는 어떻게 꾸려나갈 생각인가.



"좋은 성적을 내려면 큰 선수가 필요하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1~2명 혹은 2~3명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7년 간 4번 우승을 했다. 엄청난 기록인데 우리 팀 선수들 연봉을 보면 거기에 걸맞은 월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큰 선수들의 영입이나 다른 팀과 차별화 된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정말 크게 공헌한 선수를 꼽자면.



"늘 푸른 소나무처럼 전북을 지켜주는 이동국과 김기희다. 김기희는 현역 국가대표 선수임에도 본인은 중앙이 좋은데 팀에서는 사이드를 맡아준다.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못 뛰고 있다. 그 두 선수에게 특히 고맙다."



-내년에는 수비와 공격 중 어디에 초점을 둘 생각인가.



"당연히 홈에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올해 꼭 2연패를 해야겠다, 일찍 선두에 올라서다보니 매 경기 감독부터 이기기에 급급했다. 그런 특징이나 문화, 공격적인 모습을 못 보여준 것이 아쉽다. '닥공'이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선수 구성이 미드필드에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 올해는 영입 등의 조화가 슬기롭게 되지 않았다."



-전북만의 문화를 소개한다면.



"전북 만의 문화라는 것은 어떤 선수가 와도 팀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축구 선수로서 개성이 있어도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 이는 감독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된다. 코치와 노장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동국이 전성기와 같은 활약을 해주니 귀감이 된다. 선수들이 '이동국 선수의 나이까지 나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팀에 큰 도움이 된다. 리옹처럼 리그 7연패를 달성하거나 한 팀에 감독이 20년 이상씩 있는 엄청난 문화도 있지만 전북만의 독특한 팀 컬러를 만들고 싶다. 전북하면 공격적인 팀, 팬들이 박진감 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팀.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에두의 이적이다. 본인은 '은퇴까지 전북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3일 후 엄청난 오퍼가 왔다. 권경원과 에두 모두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이 흔들릴 수 있었다. 베라와 루이스, 이근호 등이 시즌 중반에 와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그 당시가 위기였다. 이근호의 경우 계속 경기를 내보내야 했기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경기에 안 나가는 선수들과 파트너들이 헌신을 해줘 분위기가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