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논란, 합리적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입력 : 2015. 11. 03(화) 17:10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대결은 오픈프라이머리 공천룰과 총선 공천 주도권을 놓고 새누리당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을 잠재우고, 문재인 대표 퇴진 요구와 혁신?공천룰 문제로 분란이 끊이지 않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친노(親盧)?비노(非盧) 간 당내 혼란을 일거에 매몰시키고 있다. 양당 공히 불씨를 완전히 끈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전선을 외부의 대상으로 돌려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공산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거침없이 답변했다. 설훈 의원은 ‘고 이사장은 변형된 정신병자’라고 반격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선친(先親)은 친일 독재와 관련이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세력의 숙주(宿主), 몸통이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 70%가 6?25전쟁을 북침(北侵)으로 알고 있다. 이러니 역사 교과서를 고치지 않을 수 없다’고 얼마 전 말했다. 누가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는지 모르겠다. 말이나 글은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개념의 혼란은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우리 기성세대는 ‘남침’을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남침’은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의미로 알고, ‘북침’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뜻이 아니고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6?25전쟁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알고 있는 바보 학생은 없다.
청와대에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회담을 하고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교과서의 어떤 부분이 부끄러운 역사인가'라고 물었더니 대통령은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대답했다며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괴담(怪談)의 진원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북한(김일성 체제)에 대하여는 독재라는 말을 두 번 썼으나 남한(박정희 체제)에 대하여는 독재라는 말을 37번이나 썼다. 주체사상을 찬양했다. 부끄러운 역사, 패배주의를 가진 국민을 만든다’고 현 검?인정 교과서의 국정화로의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현 역사 교과서는 남한 교과서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서술은 약 4% 정도 밖에 안 되어서 여러 번 기술할 필요나 공간이 없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사실로서 소개할 뿐이지 찬양이 아니다. 현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패배주의에 물드는 일은 없다.
정부 여당이 역사 교과서의 확정 고시(告示)를 이틀 앞당겨서 11월 3일 하려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역사 교과서의 확정 고시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하면서 2일 저녁부터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등이 올스톱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교육부 산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밀 TF(Task Force)’를 위한 예비비 44억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과 제출 거부를 하는 정부?여당의 대립으로 2016년도 예산 387조 심의는 중단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문재인 대표는 ‘먹어 보아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느냐?’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친박 좌장(座長) 서청원 최고위원이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 국정 교과서 반대는 북한 지령설이 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검인정 교과서 주장은 적화통일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 실성파(失性派)가 탄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와대에서 교과서를 가져다가 10일간 검토했고 교육부에서 검인정한 현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 6?25 남한 책임론을 8년 동안 가르치고 주입했다고 주장하니,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종북 빨갱이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즉각 구속하라’고 SNS에서 주장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논란을 끝내는 합리적 해결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은 37%, 반대는 49%로 갈수록 반대가 늘어나고 있다. 자기들이 집권하고 있는 정권에서 전문가들인 역사학자들이 쓰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등 관계 부서에서 검토를 끝내고 교육부에서 검정한 후 승인해 준 교과서를 많은 국민들과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반대하는 데도 권력의 입맛에 들지 않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는 것은 책임의 전가(轉嫁)요, 역사를 뒤로 되돌리려는 무모한 권력남용이다. 현 교과서는 우파의 시각으로 보니 좌편향이라고 보일 뿐이지, 학계와 국민은 좌편향이라고 보지 않는다. 2013년 뉴라이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위안부는 일본군을 따라다녔다’, ‘독도는 일본 땅이다’ 등 너무나 많은 역사왜곡과 오류가 있어서 큰 충격을 주었는데, 내용은 말하지 않고 벌떼처럼 달려가서 항의한 것만 지적하고 있다.
집권 세력이 주도하는 시대착오적인 국정화 행정고시를 철회하고 검인정을 잘 해서 보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몇 년 전 ‘역사는 역사학자와 국민에게 맡기고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해서 야당이 집권하면 바로 고치게 되는 국정 교과서를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된다.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전제(專制) 군주였던 왕들도 역사적 사실을 적어 놓은 사초(史草) 만은 볼 수 없었고 고칠 수가 없었다. 정치 권력이 역사적인 사실의 기록과 해석에 관여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절제하지 못하면, 후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공산주의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거침없이 답변했다. 설훈 의원은 ‘고 이사장은 변형된 정신병자’라고 반격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선친(先親)은 친일 독재와 관련이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세력의 숙주(宿主), 몸통이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 70%가 6?25전쟁을 북침(北侵)으로 알고 있다. 이러니 역사 교과서를 고치지 않을 수 없다’고 얼마 전 말했다. 누가 대통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는지 모르겠다. 말이나 글은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개념의 혼란은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우리 기성세대는 ‘남침’을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남침’은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의미로 알고, ‘북침’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뜻이 아니고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6?25전쟁을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고 알고 있는 바보 학생은 없다.
청와대에서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회담을 하고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교과서의 어떤 부분이 부끄러운 역사인가'라고 물었더니 대통령은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대답했다며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무속인'에 빗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교과서 괴담(怪談)의 진원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북한(김일성 체제)에 대하여는 독재라는 말을 두 번 썼으나 남한(박정희 체제)에 대하여는 독재라는 말을 37번이나 썼다. 주체사상을 찬양했다. 부끄러운 역사, 패배주의를 가진 국민을 만든다’고 현 검?인정 교과서의 국정화로의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현 역사 교과서는 남한 교과서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서술은 약 4% 정도 밖에 안 되어서 여러 번 기술할 필요나 공간이 없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사실로서 소개할 뿐이지 찬양이 아니다. 현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패배주의에 물드는 일은 없다.
정부 여당이 역사 교과서의 확정 고시(告示)를 이틀 앞당겨서 11월 3일 하려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역사 교과서의 확정 고시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하면서 2일 저녁부터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등이 올스톱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교육부 산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밀 TF(Task Force)’를 위한 예비비 44억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과 제출 거부를 하는 정부?여당의 대립으로 2016년도 예산 387조 심의는 중단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만들지도 않은 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문재인 대표는 ‘먹어 보아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느냐?’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친박 좌장(座長) 서청원 최고위원이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 국정 교과서 반대는 북한 지령설이 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검인정 교과서 주장은 적화통일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 실성파(失性派)가 탄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와대에서 교과서를 가져다가 10일간 검토했고 교육부에서 검인정한 현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 6?25 남한 책임론을 8년 동안 가르치고 주입했다고 주장하니,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종북 빨갱이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즉각 구속하라’고 SNS에서 주장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 논란을 끝내는 합리적 해결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은 37%, 반대는 49%로 갈수록 반대가 늘어나고 있다. 자기들이 집권하고 있는 정권에서 전문가들인 역사학자들이 쓰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등 관계 부서에서 검토를 끝내고 교육부에서 검정한 후 승인해 준 교과서를 많은 국민들과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반대하는 데도 권력의 입맛에 들지 않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는 것은 책임의 전가(轉嫁)요, 역사를 뒤로 되돌리려는 무모한 권력남용이다. 현 교과서는 우파의 시각으로 보니 좌편향이라고 보일 뿐이지, 학계와 국민은 좌편향이라고 보지 않는다. 2013년 뉴라이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위안부는 일본군을 따라다녔다’, ‘독도는 일본 땅이다’ 등 너무나 많은 역사왜곡과 오류가 있어서 큰 충격을 주었는데, 내용은 말하지 않고 벌떼처럼 달려가서 항의한 것만 지적하고 있다.
집권 세력이 주도하는 시대착오적인 국정화 행정고시를 철회하고 검인정을 잘 해서 보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몇 년 전 ‘역사는 역사학자와 국민에게 맡기고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를 해서 야당이 집권하면 바로 고치게 되는 국정 교과서를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된다.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전제(專制) 군주였던 왕들도 역사적 사실을 적어 놓은 사초(史草) 만은 볼 수 없었고 고칠 수가 없었다. 정치 권력이 역사적인 사실의 기록과 해석에 관여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절제하지 못하면, 후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