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제 강점기에 국내외에서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가를 다룬영화 ‘암살’이 뜻밖에 단기간에 천사백만 관객을 동원해서 사회적인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라던가, 전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재미도 없고 그 줄거리와 결말도 판에 박은 듯 뻔해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 영화 ‘암살’은 다소 윤색이 지나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지만, 관객들이 웃으면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재미와 스릴이 넘치고 호기심과 반전(反轉)을 적절히 배합해서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만사 제치고 ‘암살’을 본 소감은 ‘친일파 후손은 3대가 흥(興)하고 독립운동가 후손은 3대가 망한다’는 평소 들었던 말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다. 친일파는 권력과 부, 인맥을 이용해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나 권력을 쥐고 있는 지배층에 가까이 해서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다. 배우고 돈도 있어서 자기변명과 자기 합리화도 능수능란해서 못 배워서 무지몽매한 힘없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힘들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낙오된 삶을 살아간다. ‘암살’에서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위원회는 습격당하고 해산당하는 것은 100% 역사적 사실이다. ‘암살’은 친일 관리와 친일 자본가는 다루었지만, 친일 군인들은 다루지 못했다. ‘암살’ 속에서는 없었지만, 여운형, 송진우, 장덕수, 김구, 그리고 박정희 등 암살은 역사의 굽이를 돌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 10월 10일과 11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에서 열린 ‘제천의병(義兵)문학축전’에 한국문인협회 제35차 전국대표자대회에 다녀왔다. 문학도 나라와 겨레 위해서 한 목숨 초개(草芥)같이 버리고 가족과 후손들까지 목숨을 잃게 하거나 모진 고난의 길을 가게 한 선열들과 의병들의 정신으로 하자는 취지의 문학행사였다. 후손들이 나와서 증언을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의병은 만주로 시베리아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독림운동하러 다니고 일본 경찰은 의병의 고향집에 밤에 불을 지르고 뛰어나오는 가족을 총살하고 가족은 풍지박산(風地薄散)되어서 지금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못 배우고 전세방에 살면서 막노동하거나 병들어서 이 자리에도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3대가 지나거나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국가 보훈처로부터 아무런 보상이나 지원도 못 받는다고 하면서 ‘친일파 자손은 판?검사 되고 독립운동가 자손은 거지가 된다’고 독림운동가 후손들의 ‘가난의 대물림’을 눈물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금 이 나라는 친일 독재세력과 독립 민족 세력이 역사 교과서를 두고 제대로 붙어서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70년 전, 해방 후에 청산했어야 할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업보가 21세기 오늘 대한민국을 휘젓고 있다. 정의나 진실은 현실에서는 불의와 거짓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이 허다하다. 불의와 거짓은 현실에서 권력과 금력(金力)으로 천하무적의 장비와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고, 그들만의 배타적인 인적 결합과 승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나 진실은 우습게 무시하거나 왜곡시켜 버린다. 자기들의 주장과 이익을 옹호할 논리와 인재는 풍부하고 금상첨화로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홍보수단인 언론을 장악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무기도 교묘하게 소유하고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끄럽게 떠들고 대들고 몰려다녀도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민생 경제 살리는 일이 시급한데, 정신없는 사람들이다’고 한방에 때려 눕혀버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선대(先代)가 모두 친일과 독재에 관련되어 있어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정당화 시킬려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만들려고 한다’고 오랜만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대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홍보 동영상을 찍어서 곧 일반에 공개할 예정라고 한다.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민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역사학의 전문가들인 대학 국사학과 교수 90%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

검인정제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독일 히틀러의 나치 시대, 세계대전을 저지른 일본 군국주의 시대, 한국 박정희의 유신독재시대에 국민들을 강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시행했고, 지금은 북한과 몽고, 이슬람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고 무역규모 8위, 국민총생산(GDP) 14위의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은 역사를 뒤로 되돌리려는 무모한 권력 의지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결의 장으로 내몰고 있는 슬픈 현실을 맞고 있다.

전투에서는 이겨도 전쟁에서는 질 수 있듯이, 현실 속에서는 무적의 강대한 힘을 가진 세력이 이길 수 있으나 긴 역사 속에서는 패배할 수 있다는 교훈을 환기시키고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단재 신채호(1880.11.7-1936.2.21) 선생의 말은 진리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