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던 설기현(36)이 축구팬들의 환호 속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설기현의 은퇴식은 1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자메이카의 평가전 하프타임 중 진행됐다.

설기현은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지난 3월 이미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배려로 이뤄졌다. 은퇴식에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장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설기현은 "막상 이 자리에 서보니 먹먹해진다. 은퇴식을 마련해준 정몽규 회장님과 관계자분들, 축구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설기현은 "돌아보면 행복했던 선수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프로젝트로 벨기에에 진출했고 월드컵의 감동과 환희를 이 경기장에서 함께 했다"면서 "선수로서 꿈꾸던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고 시작은 유럽에서 했지만 마지막을 K리그에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선수로서 큰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설기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축구를 꿋꿋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버팀목이 된 아내와 자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말미에 잠시나마 K리그를 경험했던 설기현은 "묵묵히 응원해준 포항과 울산, 인천팬들께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성균관대(감독대행)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만큼 좋은 지도자가 돼 보답하겠다"고 말을 마쳤다.

2000년 1월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그는 10년 간 대표팀 공격수로 활약하며 A매치 82경기 출장 19골9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축구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탈리아와의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는 0-1로 뒤진 후반 43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프랑스전(1-1무)에서는 정확한 크로스로 박지성의 동점골에 기여하기도 했다.

설기현은 오랜 유럽 생활로 후배들이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떨치는데 기여했다. 2000년 광운대 재학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 해외진출 프로젝트 1호로 벨기에 안트워프에 입단, 안더레흐트(벨기에)와 울버햄튼, 레딩, 풀럼(이상 잉글랜드) 등에서 활약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부터 A매치 7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대표팀 또는 선수 은퇴를 할 경우 은퇴식을 치러주고 있다.

지금까지 홍명보와 황선홍(2002년), 하석주(2003년), 김태영(2005년), 김도훈, 유상철(2006년), 서정원(2008년), 이운재(2010년), 안정환(2012년), 이영표(2013년), 차두리(2015년) 등이 혜택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