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우리민족 고유의 글이다. 세상에서 가장 익히기 쉬운 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문맹률 0%인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한글은 세계인류 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에서는 세계 문맹퇴치에 공로가 큰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수여한다. 그리고 세계 제일의 IT강국이 되었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존 벤은 한글은 모든 알파벳의 꿈이라고 했다. 한글은 인류 문자가 지향해야 할 가장 과학적인 특성과 가장 이상적인 꿈을 안고 있다. 더욱이 한글은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문자다. 그렇게 자랑스럽게 사랑해야 할 한글이 지난날에는 언문이라 하여 천대를 받더니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서는 민족 말살과 함께 학대를 받았다. 이제 겨우 기 좀 펴고 사는가했더니 외래어에 밀리어 또 천대를 받는다. 인류의 자랑인 우리의 한글이 민족의 수난과 역경 속에 모질게도 인내하고 견디어 왔다. 영어를 섞어 쓰면 지식인이고 섞어 쓰지 못하면 무지렁인가! 영어를 섞어 말하면 유식하고 섞어 말하지 못하면 무식한가? 세상천지가 외래어로 판을 친다. 어린이들은 덩달아 수난을 겪고 원어민 교사에 원어민 학습장, 아마 한글보다 영어가 더 익숙할 것이다. 수십 년 수백 년이 흐르면 우리의 글은 어디에서 방황할까. 우리가 한글을 외면 한다면 한글은 분명 외로운 고행길이 아니겠는가. 내일 9일은 569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우리의 한글날은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480주년 기념식을 갖고 이날을 ‘가갸날’로 정했다. 그 후 한글날이 10월 9일로 바뀐 것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 (解例本)이 발견되면서였다.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는 극찬을 받는 한글, 자랑스럽게 사랑하자. 한글이 자긍심보다는 오히려 선조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한글날을 맞는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569년 전 세종께서 세상의 으뜸인 한글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그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불안’이 앞서는 마음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은 한글이 지닌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수성을 살리지 못하고 훼손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국제화 정보화시대에서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무분별하게 무조건적으로 사용한다면, 또 한글 왜곡현상이 정도를 넘어선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 큰 문제는 모범이 돼야 할 일부 정치인들의 말은 저주와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이 더욱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새삼스레 이 시대를 앞서 간 세종의 철학과 언어학적 비범함에 절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문화의 사명은 그 한글에 깊이와 아름다움과 정확성을 더하도록 가꿔가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보더라도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 한글이 으뜸임을 더 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한류열풍’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거꾸로 가는 풍조가 심화돼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 세계 대학에 한국어과와 한국어 교육기관이 500여개에 이르고 있음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더 나아가 한글날을 국민 축제일로 꽃피우고 인류 축제로 승화 시켜야 한다. 한글 축제를 통해 한글을 한류에 중심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형성되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어찌 가늠할 수 있겠는가. 이제 하루 한 번씩이라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보자. 그리하면 분명 한글은 더 아름답고 더 성숙해 질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한글을 만드는 일은 곧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실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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