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은 올 시즌 등록 엔트리 65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즌 이끌어 갔다. 올해 교체 외국인 선수 포함 66명 가운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KIA 선수는 57명에 달한다. 투수는 무려 26명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40대 베테랑 최영필부터 19세 신인 박정수까지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었다. 특히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투수들이 1군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경험이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는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1군 마운드를 밟은 26명 투수 가운데 3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16명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는 한승혁·심동섭·박준표·홍건희·유창식·임기준·박정수 등 7명이다. 이들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1군 등판'이라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팀이 중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공을 제대로 뿌려다고 평가받는 선수는 딱히 없다. 전반적으로 기복을 보이면서 김기태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홍건희는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2⅔이닝 동안 3피안타 6볼넷 2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됐다. KIA는 이날 0-9로 패하면서 5강 와일드카드 획득에 실패했다. 임기준은 이튿날 삼성전에 선발 등판했다. 정규시즌 6위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⅓이닝 동안 4피안타 7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했다. 두 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내준 사사구는 13개에 달했다.

KIA 마운드는 올해 양현종·임준혁(이상 선발), 최영필·김광수·윤석민(이상 불펜)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사상 첫 144경기 체제에서 잔부상 없이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 젊은 투수들이 핵심 투수들의 뒤를 받쳐줘야 무리없는 마운드 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KIA 젊은 투수들은 믿음을 주지 못한 모습이다. 김 감독은 9월 이후 윤석민의 조기등판 카드를 자주 꺼내들었다. 최영필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젊은 투수들이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성적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KIA 마운드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40대 노장 최영필이다. 그는 59경기에 등판해 63이닝 동안 20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윤석민이 2.96으로 호투했다. 젊은 투수 7명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심동섭이다. 그러나 최영필의 두 배가 넘는 5.05를 남겼다. 한승혁(5.20)·박정수(5.53)는 5점대 평균자책점, 박준표(6.26)·임기준(6.62)·홍건희(6.04)는 6점대를 넘겼다. 유창식은 7.25에 달한다.

경험이 당장 실력향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에서 제구와 위기 관리 능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올해 1군 경험을 잊지않는다면 실력이 향상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것이 김기태 감독이 원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