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9월 9일 통일기행을 나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당,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단체,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와 진보적인 시민단체 등 200여개 단체가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통일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약칭 : 민화협)이 주최한 통일행사에 참석했다. 통일 활동을 많이 한 회원 단체의 대표와 임원들 약 30명이 아침 9시에 서울시의회 앞에서 출발했다.

초가을 날씨이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푸르다. 아침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쳐 지나가지만, 한낮에는 여름의 햇빛이 뜨겁다. 들녘에 누릿누릿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통일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달려가니, 왼쪽으로 임진강이 나타났다.

임진강 건너편에 산에 나무가 있는 지역은 남한이고, 산에 나무가 없는 지역은 북한이라는 안내자의 말에, 개성과 평양을 방문했던 때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때, 우리나라 산들도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어서, 땔감도 없고, 홍수가 나면 산사태가 나서 도시락을 싸들고 산으로 나무 심으러 다닌 적이 있다. 사방(砂防)사업 또는 산림녹화 사업이 지금 북한은 절실히 필요한 형편에 있다. 우리가 도와주어야 하는 데, 5·24 조치 등으로 남북 간에 물적 교류와 인적 교류가 완전히 막혀 있어서 답답하기 그지없다.

서울에서 54km 떨어진 임진각(臨津閣)은 1972년에 북한 실향민을 위하여 세워졌는데,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철도 중단점, 북한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望拜壇), 50여 년 만에 개방된 자유의 다리 등이 있어서 남북교류 및 화해 협력의 장소로 통일관련 행사를 많이 치르고 있다.

특히 1998년 6월 15일 개통된 자유의 다리를 통해서 개통 다음 날, 6월 16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건너갔다.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 지역,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있는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과 송악산, 북한 기정동 마을이 선명하게 보였다.

개성으로 가기 위한 최북단 철도역 도라산역으로 가서 목포-신의주 간의 경의선의 철도에 내려가 보았다. 2002년 2월 20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으로 유명해졌지만, 지금 도라산역은 개성공단으로 가는 화물열차가 정기 운행하고 있다.

경계와 긴장과 대치의 현장, 분단의 상징 판문점을 참 오랜 만에 다시 방문했다. 건너편 북한 판문각이 눈 앞에 있고, 중간지역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이 있다.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안에는 우리나라 헌병 두 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고, 정적(靜寂)만이 감돌았다. 전에 왔을 때는 판문각에서 북한 경비병이 망원경으로 우리 쪽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판문각이 보이도록 단체 사진을 찍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북쪽의 임진강과 남쪽의 한강이 만나는 지점을 임한리(臨漢里)라고 부른다고 한다. 남과 북 강물은 끊임없이 만나고, 새들도 자유로이 남쪽과 북쪽을 날아다니는데, 우리는 언제나 남북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을까. 이중, 삼중으로 높이 쳐진 저 철조망을 걷어내서 호미와 삽을 만들 수 있는 그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일곱 번이나 변하는 70년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는 지금도 상대방 탓만 하면서 갈등과 대립, 불통(不通)과 불신(不信)의 위태롭고 불행한 길을 언제까지 가야 하는가. 국민이 깨어나야 하고, 민족의 화해협력과 통일 열망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참으로 지혜롭게 잘 뽑는 길이 평화통일의 정답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