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브렛 필(31)은 여러모로 '슈퍼맨'을 빼닮았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췄고,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어디로든 달려가서 수비에 나선다.

17일 서울 잠실구장 KIA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필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경기장 곳곳을 누볐다.

이날 필은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했다.

KIA가 7회초 공격에서 좌익수 김원섭 타석 때 대타로 내야수 황대인을 기용해 외야 한 자리가 비자 필은 7회말 수비부터 좌익수 글러브를 꼈다.

1루에서 대각선으로 경기장을 가로질러 좌측 외야로 향했던 필은 8회말 수비 도중 다시 원래 자리로 뛰어갔다.

1사 1, 3루에서 KIA 벤치는 수비 보강을 위해 야수 위치를 대거 조정했고, 필은 1루수로 복귀했다.

보통 거포형 강타자인 1루수가 외야 수비를 겸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도루 13개를 기록할 만큼 발도 빠른 필이기에 KIA는 그에게 외야를 맡길 수 있었다.

필은 올 시즌 대다수 경기를 1루수로 소화했지만 팀 사정에 따라 2루수 혹은 좌익수로도 종종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아예 주전 2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필은 이범호와 더불어 KIA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2명 중 1명이다. 타율 0.328, 17홈런, 58득점, 80타점 등 공격 대부분 지표에서 KIA를 혼자 이끌다시피 하는 핵심 중 핵심이다.

수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 자리에 고이 모셔놔도 모자랄 보물 같은 선수를 이리저리 옮기는 데서 리빌딩이 진행 중인 KIA의 사정이 잘 나타난다.

0.256으로 꼴찌를 달리는 팀 타율 때문에 대타 기용이 잦고, 타격이나 수비 중 한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낸 신인들이 많다.

대타를 한 번 썼다 하면 불가피하게 수비 위치를 다각도로 조정할 필요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KIA는 경기당 야수 13.52명을 써서 최다를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 KIA가 치른 105경기 중 104경기에 출장해 꾸준히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고, 수비에서도 헌신하는 필의 존재는 KIA가 5위 한화와 승차 없는 6위를 달리며 가을야구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