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출발점에서는 이른바 가을야구를 위한 ‘예상 커트라인’이 꽤 높았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팀 승률이 승패 마진 ‘플러스 10’ 가까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산출 근거도 설득력이 있었다. 올해는 신생팀 KT의 1군 첫 시즌이었다. 2시즌 전, 1군에 합류한 NC에 비해서도 전력이 모자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중상위권 팀이라면 평년에 비해 분명 몇승은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실제 NC가 1군 첫 시즌을 맞은 2013년에는 한화와 KIA까지 무너지는 변수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해 페넌트레이스 4위 팀으로 가을잔치 막차를 탄 두산의 승패 마진이 ‘플러스 1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은 깨져가고 있다. 5위팀 예상 승률이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15일 현재 5위를 나누고 있는 한화와 KIA는 정확히 승률 5할을 맞춰놓고 있다. 또 SK가 1게임차 7위로 추격하고 있다.

후반기 개막 시점만 해도 5위 싸움이 승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진행될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5위 싸움의 키를 쥐고 있는 팀으로 지목됐던 SK가 마음껏 달리지 못한 탓이다. SK는 시즌 개막 시점에서 기대한 투타 밸런스가 마침내 조화를 이룬다면 5위싸움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으로 점쳐졌으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SK는 후반기 들어 8승12패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전반기부터 5위를 장기 점유한 한화가 무너질듯 살아나고, 질주할듯 멈춰버리는 거듭된 행보 속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그 틈으로 KIA가 올라오며 5위 그룹을 두툼하게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당초 예상치대로 승패 마진 ‘플러스 10’까지 달리려면 그야말로 바람 소리를 내듯 질주를 해야한다. 한화는 잔여시즌 24승14패로 승률 6할3푼2리를 기록해야하고 KIA도 25승15패로 승률 6할2푼5리를 거둬야한다. SK는 잔여시즌 27승15패로 승률 6할4푼3리로 고공비행을 해야한다.

어느 팀도 ‘도전’을 외치며 용감하게 스타트를 끊기어려운 입장이다. 팀내 전력 정비를 떠나 리그 전체 구도가 그렇다. 시즌 후반기로 흐르면서 오히려 만만한 팀이 보이지 않고 있다.

선두 삼성에 NC와 두산, 넥센이 벌이는 2위 싸움이 끝까지 뜨거울 것으로 보여 상위권 팀에서 혹여라도 페이스 조절에 나설 여지가 없는 가운데 이미 약팀 이미지를 벗어가고 있는 KT도 승률을 끌어올리며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시즌 종착역에서 KBO리그의 하이라이트는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 전쟁으로 좁혀지곤 한다. 그만큼 그 싸움은 처절하다.

올해는 그 싸움이 더 애절할 수 있다. 승률 싸움에 발목이 묶여있고, 같은 선상에서 달리는 경쟁팀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