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3)가 힘든 심경을 털어놨다.

MLB.com에 따르면 추신수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지난 시즌이 선수 생활 최악의 시즌일 줄 알았다"고 말했다.

7년 1억3000만 달러(한화 약 1490억원)라는 거액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첫 해, 추신수는 0.242 출루율 0.340 13홈런 54타점 58득점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난 시즌 부상도 있었고 팀도 힘을 쓰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사인할 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올해가 훨씬 나쁘다. 추신수는 심각한 부진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4월 한때 타율이 0.096으로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5월 들어선 타율 0.295에 출루율 0.356을 기록하며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부진이 이어졌고 전반기 막판 7경기에서 22타수 2안타로 타율은 1할대(0.09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사이 출루율은 0.154, 장타율은 0.136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들어 안일한 수비로 지역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미묘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스무 살 무렵이었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자식이 있다. 가정에서나 인격적으로나 한결같고 싶다. 차분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고백했다.

최근 추신수는 8번타순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그는 MLB.com을 통해 "나는 강타자도 아니고 높은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도 아니다. 발이 빠르지도 않다"면서 "그저 나 자신이 한결같은,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거기에 추신수는 팀내 주전 입지까지 흔들리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18일 경기에는 대타로도 나오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서는 왼손 투수에게 심각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추신수가 플래툰 시스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했다.

오랫동안 선발출장을 해왔던 추신수에게는 자신의 출전여부를 모른 채 경기장으로 출근하는 것은 익숙치 않은 일이다. 2009년 이후 그는 풀타임 주전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현지 언론들의 질문에 "아마도 약간의 자신감"이라고 답했다.

추신수와 갈등을 빚었던 온 배니스터 감독도 그에 대한 신뢰를 다시 표현했다.

배니스터 감독 역시 "추신수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그는 여전히 훌륭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그에겐 자신감과 꾸준함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신수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잘못을 가장 냉철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면서 "우리는 그저 그가 제 역할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며 기대했다.

이날 인터뷰 후 경기에서 추신수는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오랜만에 제 몫을 다했다. 이 작은 활약이 추신수가 부진에서 벗어나 기량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