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로 파울 만들다가 볼넷으로 나가면 정말 짜증난다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들어 1번 타순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난해 톱타자로 펄펄 날았던 야마이코 나바로(28)가 부진한 가운데 김상수(25), 박해민(25) 등도 1번 타순에서 류중일(52)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류 감독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2번 타순에 배치된 구자욱과 관련해 "(1번 타자로 활용하기에는)스윙이 크고, 헛스윙이 많아서 안 된다"며 이상적인 1번 타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류 감독은 "1번 타자는 그날 경기에서 상대 선발투수와 처음으로 상대한다. 절대로 초구를 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이없는 플라이 등으로 아웃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투수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직구와 변화구의 위력이 다를 수 있다. 공을 많이 봐야 직구의 구속, 변화구의 각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더그아웃에서 보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1번 타자가 끈질기게 상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타율, 출루율, 빠른 발 등 기본적인 능력이 바탕이지만 1번 타자는 상대 선발투수를 괴롭히면서 많은 공을 던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류 감독은 이상적인 1번 타자로 이용규(30·한화)를 꼽았다.

그는 "(이)용규는 정말 짜증날 만큼 커트를 잘한다. 커트로 계속 파울을 만들다가 볼넷을 얻어서 걸어 나가면 정말 짜증난다"며 웃었다.

류 감독의 기준에서 볼 때, 최근 박한이(36)의 상승세가 반갑다.

17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1번 타순에 선 박한이는 18일과 19일 각각 5타수 무안타,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21일 SK 와이번스전에서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5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박한이는 1회초 첫 타석에서 롯데의 선발 이상화를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우전안타를 쳤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파울 2개를 친 뒤에 안타를 빼앗았다.

결과론이지만 이상화는 ⅓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실점(5자책)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삼성은 이를 발판으로 1회에 6점을 쓸어 담아 12-4로 승리, 가장 먼저 40승(28패)째를 신고하며 선두를 탈환했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박한이가 류 감독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