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윤덕여(54)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으며 기대를 모았던 여자축구대표팀은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두 번째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첫 월드컵이었다는 점에서 주눅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은 대회였다.

비록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28·로시얀카)의 콤비가 부상의 악몽에 발목을 잡히며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것은 아쉽지만 조소현(26)과 김정미(31·이상 인천현대제철) 등 베테랑 선수들의 눈부신 투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했다.



◇박은선의 덫에 걸린 대표팀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의 파트너로 박은선을 낙점했다.

박은선은 신장 182cm의 탁월한 체격 조건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파이터형 공격수다.

저돌적인 플레이와 탁월한 골 결정력 등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3·파리 생제르맹)와 흡사해 '박라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 미국대회에서 대표팀 최연소(17세)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박은선에게 이번 캐나다월드컵은 두 번째 무대였다.

하지만 문제는 박은선의 몸 상태였다. 박은선은 양쪽 발목 부상으로 100%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박은선의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박은선은 조별리그 1차전(브라질)과 2차전(코스타리카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박은선은 6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프랑스와의 16강전에도 선발 출전한 박은선은 프랑스의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슈팅 한 개 날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소연이 뜻하지 않는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된 상황에서 박은선의 활약이 절실했다. 그러나 부상의 고통을 떨쳐버리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볼 트래핑과 패스는 불안했고 간간이 때린 슈팅은 골문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무엇보다도 지소연과 박은선의 투톱이 완벽히 가동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맏얻니' 김정미의 눈부신 투혼



대표팀에서 박은선과 함께 유일하게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수문장 김정미의 투혼은 눈부셨다.

2003년 미국대회에서 19세의 나이로 첫 월드컵을 경험한 김정미는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브라질에 3골, 프랑스에 1골, 노르웨이에 7골을 내주며 처참히 무너졌다.

12년이 지난 2015 캐나다 대회에서 지난 대회를 답습하지 않겠다던 김정미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한국의 골문을 지켰다.

특히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전반 20분께 볼 경합 과정에서 박은선의 팔꿈치에 눈 부위를 크게 다쳤다. 광대뼈 주위가 부어올랐지만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경기를 뛰었다.

이후 몇 차례 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준 김정미의 부상 투혼은 경기 내내 프랑스의 공세에 흔들렸던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며 목소리를 높혔던 김정미는 마지막까지 대표팀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월드컵에서 김정미의 투혼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값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