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외국인 선수의 활약 속에 승률 5할을 유지했다.

우선, 4번 타자 브렛 필이 ‘효자 용병’의 위용을 뽐냈다. 필은 지난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넥센과의 홈 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만루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회말 만루홈런이 인상적이었다. 팀이 1-3으로 뒤지고 있던 4회말 2사 만루에 넥센 구원 김대우의 커브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 역전 만루홈런(시즌 10호)이었다. 지난 4월 23일 광주 롯데전에서 롯데 구원 김승회에게 동점 만루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40여 일 만에 기록한 올 시즌 두번째 만루홈런이기도 하다.

이번 홈런은 필의 약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간 필은 사이드암과 언더핸드를 합친 잠수함 투수에게 유독 약점을 보여왔다. 잠수함 투수 특유의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 이날 넥센이 3-1로 추격당한 4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사이드암 한현희보다 타점이 더 낮은 정통 언더핸드 김대우를 마운드에 올린 것도 필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집요한 공격이 오히려 화가 돼 돌아온 꼴이 됐다. 필은 “앞선 득점 찬스에서 안타를 못 쳐 아쉬웠는데, 김주찬이 물꼬를 트면서 더 집중하고 타격한 탓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타격 코치님이 낮은 변화구를 노리라고 해서 그것만 노린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타석에 필이 있었다면 마운드에는 험버가 있었다. 험버는 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8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3번째 승리(2패)로, 4월 29일 광주 한화전 이후 한달 넘는 기간이 걸려 나온 선발승이다. 올 시즌 줄곧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험버는 최근 퇴출설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달 17일 2군에 내려가 전력에서 열외되면서 퇴출설이 더욱 신빙성을 얻었다. 하지만 험버는 이날 선발투수의 최소 요건인 5이닝을 버티며 나름 책임을 졌기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험버는 “수비수들의 도움이 컸고, 필이 홈런을 쳐줘 이길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투구와 마음가짐 모두 나아졌다. 공도 어느 정도 생각대로 던질 수 있었고 마음도 편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