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V-리그 정규리그가 종료됐다. 삼성화재는 여전했고 현대캐피탈은 몰락했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군림하며 배구계를 양분했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16일 막을 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에서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화재는 28승7패(승점 84)로 2위 OK저축은행(25승11패·승점 71)를 넉넉하게 따돌리며 정규리그 4연패에 성공했다. 승점 84점은 2011~2012시즌 자신들이 세운 한 시즌 최다 승점 타이 기록이다.

국내 대표 공격수 박철우의 입대로 전력에 공백이 뚫리면서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됐지만 그래도 삼성화재였다. 박철우의 빈 자리는 김명진이 메웠고 레오는 지난해보다 더욱 날이 선 화력으로 공격을 책임졌다. 세터 유광우는 발목 부상 속에서도 레오의 도우미 역할을 착실히 해냈고 이선규-지태환이 주축이 된 센터진 또한 다른 팀 못지 않았다.

'공공의 적'으로 몰렸던 삼성화재가 위용을 유지한 반면 현대캐피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정상 탈환'을 외치며 야심찬 출발을 알렸지만 믿었던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부상으로 구상이 꼬였다.

대체 외국인 선수 케빈의 합류 속에 잠시 상승세를 탔지만 이번에는 임대 트레이드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12월 한국전력과 서재덕, 권영민, 박주형이 포함된 1대2 트레이드는 임대 규정 위반으로 없던 일이 됐다.

사상 초유의 트레이드 무산 파동 이후 현대캐피탈은 빠르게 몰락했다. 그 결과 최근 수년 간 가장 몸 상태가 좋았던 문성민의 분전 속에서도 3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대캐피탈이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한 것은 2005년 V-리그 출범 후 처음이다.

현대캐피탈에 가려졌지만 대한항공의 부진 또한 심각했다. 마이클 산체스와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의 수준급 공격진을 살려주지 못한 세터진의 난조가 아쉬웠다.

두 팀의 빈 자리는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 채웠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외국인 선수 시몬을 데려온 OK저축은행은 송명근, 송희채 등 2년차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2위를 차지했다. '만년 꼴찌'로 여겨지던 한국전력 역시 모처럼 잘 뽑은 외국인 선수 쥬리치와 전광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화려한 비상을 알렸다.

LIG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다른 팀들과의 실력차를 절감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올해를 끝으로 다른 이름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팀들이라 씁쓸한 퇴장에 아쉬움이 남는다.

여자부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웃었다.

자유계약시장(FA)에서 모처럼 지갑을 연 한국도로공사는 정대영, 이효희, 장소연 등의 베테랑과 니콜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프로 원년 이후 10년 만의 타이틀을 들어올렸다. '문데렐라' 문정원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은 2,3위로 1차 목표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화재가 독주한 남자부와는 달리 여자부 상위 3개 팀 모두 비슷한 전력을 갖추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4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에는 나름 의미있는 시즌이었다. 비록 3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수년 간 축적된 패배 의식을 떨쳐낼 수 있었다. 신인 이재영의 발굴로 다음 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는 두자릿수 승리조차 챙기지 못한 채 초라하게 시즌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