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유모 씨(34·여)는 평소와 달리 소화가 잘 안되고, 속 쓰림 증상이 나타나 집근처 내과를 찾았다. 내시경 검사결과 아무 이상 소견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유씨는 대학 병원을 찾았고 결과는 동네 의원과 같은 내용이었다. 한의원에도 방문했지만 역시 같은 답변을 받고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다.

유씨와 같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에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 그리고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라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25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국립교통재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태 교수는 "의사의 자세한 설명에도 이 같은 증상이 이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감각 역치나 인내성이 낮아 약한 신체 감각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과거에 경험한 상실이나 분노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거나 죄책감, 자존심 손상에 의한 적대감을 이러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로 특정한 신체 기관에 질병이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증세를 나름대로 의학적 용어를 사용하며 설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질병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며,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의사의 진단을 믿지 못해 해결책을 찾는다며 이런저런 건강식품을 먹거나 민간요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신체 망상의 수준으로 발전되기도 하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적절한 치료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걸렸다고 믿는 질병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건강염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과를 전전하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생긴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 자신은 증상이 있지만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은 자칫 꾀병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할 때는 가급적 가족과 함께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상담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해야 한다.

한창태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정보가 범람하는 수준일 정도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하고 인지할 수 있게 됐다"며 "정확한 건강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괜찮지만 잘못된 정보를 자신의 증상과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