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KIA타이거즈 선수단은 얼굴에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 힘든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훈련이 즐겁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힘들지만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훈련을 놀이처럼, 놀이를 훈련처럼 하는 덕분이다.

대표적인 게 투수조에서 실행하고 있는 '미션놀이'다. 홍우태 투수코치가 내려준 미션을 선수들이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골자다. 벌칙은 투수조 최고참인 '최영필의 추가 훈련'이다. 완수가 어려운 미션에다, 실패하면 최고참 선배가 추가 훈련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미션놀이'의 실체이자 목적이다. 이런 훈련들을 통해 마운드에 섰을 때 부담감을 이겨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 코치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대부분의 투수들이 경험이 많지 않고, 아직 어리다. 이런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고, 배포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션의 첫 주자는 홍건희와 한승혁이었다. 둘은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각각 "시원하다"는 말을 듣고 오는 것이었다. 홍건희는 김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며 미션을 성공했고, 한승혁은 뙤약볕 아래서 배팅볼을 던져주던 조 수석코치에게 시원한 물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로 미션을 완수했다.

신인 투수 김명찬, 이정현, 박정수는 야수조 고참인 최희섭, 이범호, 김주찬에게 각각 배팅장갑을 얻어 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 필요합니다. 배팅 장갑 하나만 주시겠습니까"라는 기지로 세 선수 모두 미션을 수행했다.

외국인 투수 스틴슨도 미션 놀이에 참가했다. 홍 코치는 스틴슨에게 "감독님께 용돈을 받아오라"는 특명을 내렸다. 스틴슨은 오전 워밍업에 앞서 전체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번쩍 손을 들고 "감독님, 용돈 좀 주세요"라고 외쳤다. 스틴슨의 말을 들은 김기태 감독은 껄껄 웃으며 "그래? 얼마나 줄까?"라고 했고, 스틴슨은 "만엔 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했다.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만엔을 꺼내 스틴슨에게 건넸다. 미션 성공!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패자도 나왔다. 김지훈과 최현정은 김기태 감독, 조계현 수석과 '셀카 인증샷'을 찍어와야 했지만, 빽빽한 훈련 스케줄 탓에 미션을 완수하지 못했다. 홍 코치의 공언대로 투수조 최고참 최영필과 투수조 조장 임준혁이 펑고를 받는 벌칙을 받았다. 두 고참의 추가 훈련 이후 선수들이 미션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한편,미션이 너무 평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라 그 강도는 점점 세질 것이란 게 홍 코치의 전언이다.

야수조에는 훈련을 놀이처럼 하고 있는 히트 아이템이 있다. 지난해 말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첫 선을 보인 '공공칠빵 게임'이다. 5~6명의 야수들이 모여 '공공칠빵'을 하고, 술래가 된 사람은 사이드 스텝으로 5m 구간을 10번 왕복해야 하는 벌칙을 받는다. 김민호 수비코치의 주도로 시작된 이 게임은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고된 훈련 사이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도, 게임을 하는 동안 긴장감 속에 집중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칙을 통해서 수비 훈련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훈련놀이'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훈련의 효율은 상당히 높다. '훈련의 밀도'를 강조하는 김기태 감독의 의도대로 선수들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올 시즌 팬들 앞에서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