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또 한 번 신들린 선방으로 한국 축구를 구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의 대회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이정협(상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3승·승점 9)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 A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정협의 결승골과 함께 골키퍼 김진현의 놀라운 선방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이나 다름없는 슛을 막았던 김진현은 이날도 후반 25분과 43분에 네이선 번스(웰링턴), 로비 크루스(레버쿠젠)의 결정적인 슛을 선방했다.

특히 크루스의 슛은 동물적인 감각과 순발력이 아니라면 막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선방들이 "기억나진 않는다"고 한다. 그 정도로 경기에만 집중했다.

김진현은 "팀이 이기고, 조 1위로 올라갈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기쁨은 오늘로 만족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경기에서 무실점을 했는데 나나 (2차전을 뛴)김승규가 잘한 것보다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들까지 정말 수비를 열심히 해줬다"며 "보답을 하기 위해선 막는 것밖에 없다. 앞에서 열심히 뛰고 있으니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했다.

호주는 앞서 2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날은 한국의 철벽 수문장에 막혔다.

그는 "11명 모두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다른 날에 비해 더웠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 내 앞에서 골을 먹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현은 경기 종료 직전에 크로스를 쳐내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의 불필요한 팔 동작에 충격을 입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괜찮다. 그동안 체격적으로 강한 팀들도 많이 만났다. 당연히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며 "한 대 맞는다고 주눅 들지 말고, 그렇게 해서 하나라도 더 막으면 팀이 이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 중 2차전(김승규)을 제외한 1차전과 3차전에서 김진현을 선발로 세웠다.

김진현은 "지금 골키퍼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며 "누가 나와도 확실히 무실점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했다.

슈틸리케호는 18일 8강전이 열리는 멜버른으로 이동한다. 8강 상대는 B조 2위로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우즈베키스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