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가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서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40홈런을 친 강정호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한다.

강정호의 원 소속구단인 넥센 히어로즈는 20일 강정호의 포스팅 결과 최고 응찰액이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라고 밝혔으며,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넥센은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한데다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강정호의 메이저리그행을 적극 돕기로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 확정은 아니다. 김광현(26·SK 와이번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협상 과정에서 진출이 물건너 갈수도 있다. 다행히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는다고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도 빅리그의 높은 벽에 막혀 고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의 벽이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강정호는 빅리그에 도전하는 수 많은 선수 중 1명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과정은?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 모 구단이 강정호와 독점 협상을 하기 위해 응찰액을 적어낸 것이다. 김광현도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협상을 시도했다가 연봉 협상에 실패해 SK에 잔류하기로 결심했다. 강정호도 마찬가지다.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넥센도 강정호가 계약에 성공해야만 포스팅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강정호의 공식 에이전트 옥타곤 월드와이드는 30일 동안 해당 구단과 협상을 한다.

그러나 강정호에게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 전망이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야수를 보는 시각은 반신반의다. 제대로 성공한 선수는 일본인 듀오 스즈키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 등 두 선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빅리그의 힘과 기술 모두 동양인 선수들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류현진(26)도 LA다저스와 계약하는 데 애를 먹었다. 협상 기간 마지막 날 불과 몇 초를 남겨두고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구단 입장에서는 모든 안전장치를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의 까다로운 피지컬 테스트도 강정호가 통과해야할 관문이다. 실제로 피지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게약에 실패하는 선수도 있다.



◇강정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약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더라고 이미 미국을 시야에 두고 있는 강정호라면 1~2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는 한국 유격수 중 최고의 파워히터다. 체력 부담이 많은 유격수를 풀타임으로 뛰면서도 올 시즌 40개의 홈런을 쳐냈다. 20홈런 시즌도 4차례나 있다. 통산 타율도 0.298이나 될 정도로 정확성도 겸비하고 있다.

그러나 강정호 정도의 파워나 정확성을 가진 선수는 메이저리그에도 많다. 그들과 싸워서 이길만한 경쟁력을 쌓아야한다. 스윙이 간결하고 타격 밸런스가 좋은 게 강정호의 강점이긴 하나, 과연 지금의 배트 스피드가 미국의 강속구 투수들에게도 통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준이 다른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미국 무대에선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수비력 보강에 힘써야 한다. 강정호의 수비 범위가 좁은 건 사실이다. 타구 반응 속도나 풋워크도 좋은 편은 아니다. 유격수로서는 치명적이다. 다행이 포구 후 다음 동작들이 좋다. 어깨도 강하다. 강정호의 야구 센스라면 몇가지는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류현진이 좋은 예이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후 꾸준한 노력으로 몇 단계 성장했다. 자신이 가진 구종을 다듬고 성장시키기 위해 동료와 코치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했고,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올해 부상으로 결장한 것을 곱씹으며 내년 시즌 완전체로 거듭날 것을 예고했다.

강정호도 올해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단점을 보안해서 눈앞에 벽을 뛰어넘는 선수가 된다면 진정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