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콜롬비아가 5일(한국시간) 오전 5시부터 브라질 포르탈레자의 에스타지우 카스텔랑에서 열리는 2014브라질월드컵 8강전에서 맞붙는다.
양 팀의 경기가 흥미를 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찬란한 두 '신성'이 마침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브라질의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하메스 로드리게스(23·AS모나코)다.
네이마르는 1950월드컵에 이어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2002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려는 브라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차세대 슈퍼스타'다.
대표팀에 발탁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브라질에서 네이마르가 '펠레의 후계자'로 떠받들여진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브라질 축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적시장을 통해 산투스(브라질)에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로 옮기며 5700만 유로(약 808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 '가치'를 과시한 네이마르는 2013국제축구연맹(FIFA)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트로피를 조국에 선물하며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네이마르는 데뷔 시즌인 2013~2014시즌 프리메라리가 26경기에 출전해 9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 출신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27)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2개월 여 동안 소속팀을 지켰다.
네이마르는 지난 6월13일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이자 조별리그 A조 1차전(3-1 승)에서 멀티골(페널티킥 1골 포함)을 작성하며 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번 월드컵 첫 'FIFA 경기 최우수 선수(MOM)'도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6월18일 A조 2차 멕시코전(0-0 무)에서는 멕시코의 '천수(千手)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에게 가로 막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MOM도 오초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네이마르는 6월24일 A조 3차 카메룬전(4-1 승)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 순수하게 필드골만으로 두 번째 멀티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4골)로 치고 나섰다. 이날 MOM도 다시 손에 넣었다 …
하지만 한 발만 엇나가도 추락하는 토너먼트로 펼쳐진 6월29일 칠레와의 16강전(1-1 승부차기 3-2 승)에서 다시 침묵했다. '수문장'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FC)가 전후반과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신들린듯한 슈퍼세이브로 칠레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1950월드컵 결승리그에서 우루과이에게 패해 우승컵을 내줬던 '마라카낭의 비극' 보다 더 처참한 '미네이랑의 비극'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MOM은 세자르에게 돌아갔다.
네이마르가 골도, MOM도 다 놓친 틈을 타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신성이 바로 로드리게스다.
로드리게스는 6월29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2-0 승)에서 멀티골을 작렬,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19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콜롬비아는 이로써 월드컵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로드리게스는 6월15일 조별리그 C조 1차 그리스전(3-0 승)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한 뒤, 6월20일 2차 코트디부아르전(2-1 승)·6월25일 3차 일본전(4-1 승)에서 각 1골씩을 추가한 데 이어 이날까지 4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던 메시가 2일 스위스와의 16강전(1-0 아르헨티 승)에서 도움 1개에 그치면서 4연속 골기록은 로드리게스의 전유물이 됐다.
뿐만 아니다. 네이마르에 이어 메시·독일의 '신형전차'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 등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형성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을 넣은 로드리게스는 16강전 2골을 앞세워 이들을 모두 공동 2위로 밀어넣고 아예 득점 단독선두(5골)로 치고 나섰다. 그의 포지션이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게다가 이들 3명이 모두 16강전에서 골 추가에 실패하면서 로드리게스는 단독 선두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로드리게스를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꼽았다. 지난 그리스전과 코트디부아르전에 이은 3경기 FIFA MOM이다. 메시(4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뽑혔다. .
로드리게스는 자국 리그에서 데뷔한 뒤 만 17세의 나이에 2008년 반필드(아르헨티나)에 영입돼 2010년까지 대활약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2010년 이적료 510만 유로(약 70억원)에 FC포르투(포르투갈)로 스카우트됐다.
FC포르투는 로드리게스와 4년 계약을 맺으면서 3000만 유로(약 412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걸었다. 바이아웃 조항은 계약기간 중 해당 선수를 영입하려고 할 때 이적료로 그 이상만 주면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다는 조항이다.
로드리게스는 포르투에서 3시즌 동안 맹활약한 뒤 2013년 AS모나코(프랑스)로 스카우트됐다. 5년 계약과 함께 바이아웃 금액이 500만 유로(약 619억원)로 치솟았다. 로드리게스는 2013~2014시즌 리그 34경기에 출전, 9골12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빅리그 빅팀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AS모나코로서는 그의 바이아웃 금액을 너무 적게 걸었다고 후회하고 있을 듯하다. 벌써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의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8강전에서 두 신성이 격돌하면 누가 더욱 빛날까.
일단 네이마르가 여러모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브라질은 콜롬비아와의 역대전적에서 15승8무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홈 어드밴티지도 갖췄다. 콜롬비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하지만 브라질까지 넘어서기는 여러모로 불리한 처지다.
문제는 네이마르 본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네이마르는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마르는 지난 16강전에서 전반 4분 허벅지를 걷어채는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이날 연장 전후반까지 거의 120분의 혈투를 치렀다. 사소한 부상이라도 악화가 되기에 충분했을 듯하다.
브라질 팀 닥터가 1일 "네이마르의 출전 여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그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8강전에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안심시켰지만, 오른 무릎 상태도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일 브라질 리우 데 자니에루주의 테레조폴리스의 베이스 캠프에서 훈련 중 목격된 네이마르는 오른 무릎을 테이프와 붕대로 싸매고 있어 상태가 좋지 못함을 드러냈다.
반면 콜롬비아로부터는 로드리게스와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점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늘에 결코 둘일 수 없는 태양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브라질이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칠레와 피를 말리는 승부 끝에 간신히 8강행 티켓을 따내고, 팀의 '주포' 라마멜 팔카오(28·AS 모나코)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위기에 몰렸던 콜롬비아가 조별리그 3연승도 모자라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 공백 사태에 처한 우루과이를 가뿐하게 누르고 8강행을 확정지을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승자가 누가 될지는 전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날 두 신성 중 하나는 결국 빛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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