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동안 명맥이 끊겼던 노히트노런이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에 다시 이어지게 됐다.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였다.
NC 다이노스의 찰리 쉬렉(29)은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찰리는 이날 볼넷 3개만을 내줬다.
노히트노런은 2000년 이후 명맥이 끊겨 있었다. 근접한 투수들도 몇몇 있었지만 목전에 두고 날리곤 했다. 하지만 이날 14년 만에 다시 노히트노런 기록이 나왔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에 나온 노히트노런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타고투저가 심각하다. 모든 구단의 팀 타율이 모두 0.280 이상이다. 팀 타율 1위인 두산의 팀 타율은 3할을 오가고 있다. 리그 전체 타율이 0.290에 달한다.
반면 투수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시즌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없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5.33에 달한다.
이같은 타고투저 시대에 14년간 끊겼던 노히트노런의 명맥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첫 노히트노런은 프로야구 출범 2년 뒤인 1984년에 나왔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 투수 방수원이 5월5일 광주 삼미전에서 유승안과 호흡을 맞추며 기록했다. 당시 방수원은 6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후 1990년대가 되기 전까지 노히트노런은 4번이 더 나왔다.
1986년 6월5일 빙그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김정행이 기록한 것이 두 번째다.
1988년 4월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OB 베어스의 시즌 개막전에서 OB의 장호연이 이를 기록했다. 당시 장호연과 호흡을 맞춘 이가 현재 NC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이다.
15일 뒤인 1988년 4월17일 광주 해태전에서 이동석(빙그레 이글스)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해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석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도 내주지 않고 실책으로만 2명을 출루시켰다. 퍼펙트게임이 될 수도 있었던 노히트노런이다.
5번째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선수는 전설적인 투수 선동열 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다. 그는 해태에서 뛰던 1989년 7월6일 광주 삼성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당시 선동열은 9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이는 노히트노런 경기 가운데 최다 탈삼진이다.
1990년대 들어서도 노히트노런은 적잖게 나왔다.
1990년 8월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신인 이태일이 이만수 현 SK 와이번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이것이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 노히트노런이다.
1993년 4월30일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뛰던 김원형이 전주구장에서 벌어진 OB와의 경기에서 20세9개월25일이라는 어린 나이에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써냈다. 이는 아직도 최연소 노히트노런 기록이다.
이후 1993년 9월9일 잠실 쌍방울전에서 김태원(당시 LG 트윈스)이,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에서 정민철(당시 한화)이 차례로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웠다.
특히 정민철은 역시 무4사구를 기록했으나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한 명의 주자를 출루시켜 퍼펙트게임을 놓쳤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단 한 차례 노히트노런 기록이 작성된 후 명맥이 끊겼었다. 송진우(당시 한화)가 2000년 5월18일 광주 해태전에서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다. 34세3개월2일에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송진우는 최고령 노히트노런 달성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이후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는 없었다. 눈 앞에 두고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끊겨있던 노히트노런은 14년만에 외국인 투수 찰리에 의해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