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승리를 위해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골잡이들이 치열한 한 판 대결을 벌인다.
24일(한국시간) 2014브라질월드컵 A조와 B조 조별리그가 모두 마무리됐다.
A조에서는 브라질과 멕시코(이상 2승1무·승점 7)가 각각 1·2위로 16강에 올랐다.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브라질 +5, 멕시코 +3)에서 브라질이 앞섰다.
B조에서는 네덜란드(3승·승점 9)가 1위·칠레가 2위(2승1패·승점 6)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16강 대진이 완성됐다. A조 1위 브라질은 B조 2위 칠레, B조 1위 네덜란드는 A조 2위 멕시코와 각각 격돌한다.
얄궂은 운명이다. 한 소속팀 골잡이들이 정면승부를 벌이게 됐다.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22)와 칠레의 국보급 골잡이 알렉시스 산체스(26)는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에서 함께 뛰고 있다.
'펠레의 후계자'로 불리는 네이마르는 지난 시즌 산투스FC(브라질)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스타로 떠올랐다. 스페인 입성 첫 해 26경기에 출전해 9골을 터뜨렸다.
자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네이마르는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3-1 승)과 카메룬(4-1 승)과의 3차전에서 각각 2골씩을 터뜨린 그는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이상 네덜란드)·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독일)·카림 벤제마(27·레알 마드리드·프랑스·이상 3골) 등 내로라하는 각국 공격수들을 제치고 브라질월드컵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신예는 어느덧 축구 최강국 브라질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칠레에는 산체스가 있다. 2011년 우디네세 칼초(이탈리아)에서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긴 그는 탁월한 신체 능력·축구 센스·투지 등을 두루 지닌 전천후 공격수다.
현재 네이마르·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페드로(27·스페인) 등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확실한 공격 옵션 역할을 맡고 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산체스가 네이마르보다 눈부시다. 지난 시즌 35경 나서 19골을 넣었다. 프리메라리가 득점 4위, 팀 내에서는 메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산체스도 호주와의 조별리그 1차전(3-1 승)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살아있는 골감각을 과시했다. 네이마르 그리고 브라질과의 대결이 두렵지 않은 이유다.
네덜란드와 멕시코 간의 16강전에서도 '집안싸움'이 펼쳐진다.
판 페르시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6·멕시코)는 잉글랜드 명문 맨유의 '창끝' 역할을 맡고 있다.
경력은 판 페르시가 더 화려하다. 아스날(2011~2012시즌)과 맨유(2012~2013시즌)에서 2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그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 무릎 부상 등으로 정규리그에 2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12골을 기록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월드컵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는 판 페르시는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이미 조별리그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특히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골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판 페르시와 로번이 이끄는 오렌지 군단의 화력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컵 준우승만 3번(1974서독·1978아르헨티나·2010남아공월드컵) 차지한 네덜란드는 판 페르시의 발끝에서 사상 첫 우승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맨유에서만 4시즌(2010~2011시즌 이후)을 보낸 '검증된 골잡이'다. 그동안 맨유에서 152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전해 59골을 넣었다.
주전 공격수라기보다 '특급 조커'에 가까운 그는 골이 꼭 필요한 순간 그라운드에 나서 결정적인 한 방씩을 터뜨린다.
신체 조건이나 스피드가 뛰어나진 않지만 탁월한 위치 선정과 슈팅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에르난데스는 크로아티아와의 3차전(3-1 승)에서도 후반 17분 교체 출전해 37분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네덜란드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는 오는 29일 오전 1시 벨루오리존치의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16강전을 치른다.
네덜란드와 멕시코는 30일 오전 1시 포르탈레자의 이스타지우 카스텔랑에서 8강 진출을 다툰다.
브라질은 칠레와의 상대전적에서 48승13무7패로 크게 앞서 있다. 네덜란드는 멕시코와의 대결에서 3승1무2패의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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