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시아의 맹주'로 평가받던 한국마저 '아프리카 복병' 알제리에 맥없이 무너졌다. 아시아 국가의 첫 승 또한 요원해졌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에서 2-4로 졌다.
이날 경기까지 8개 조 2차전이 끝난 가운데 아시아 국가는 단 1승도 못 올렸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과는 다른 행보로 자존심이 적잖게 구겨졌다.
한국과 일본이 동반 16강 진출을 이뤘던 남아공 대회 때는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그리스를 2-0으로, 일본은 카메룬을 1-0으로 제압했다. 한·일 양국이 첫 걸음을 가볍게 떼며 토너먼트 진출 기쁨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4년 전 세계 축구에 매운 맛을 알린 아시아 축구가 이번 대회 들어서는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깊은 부진에 빠진 모양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을 목표로 잡았고, 이웃 일본은 알베르토 자케로니(61·이탈리아) 감독이 4강까지 갈 수 있는 대진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통의 아시아 강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국의 감독들에 대한 기대감은 전 세계 축구인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1차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일본은 15일 코트디부아르에 1-2로 역전패했다. 전반 16분 터진 혼다 게이스케(28·AC밀란)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했다. 22일 그리스와의 2차전에는 수적 우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0-0으로 비겼다.
'사커루' 호주는 칠레와의 1차전에서 1-3으로 역전패 한 뒤, '우승 후보' 네덜란드에 2-3으로 석패했다. 한때 2-1로 리드를 잡으며 대어를 낚는 듯 했지만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 탈락을 확정했다.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조 2위로 밀어내며 기분좋게 본선에 오른 이란의 이번 월드컵 시작은 비교적 순탄했다.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를 맞아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는 극도의 수비 전술 끝에 0-1로 패했다. 1무1패로 F조 3위다.
이란·일본·한국이 16강 진출 희망의 불씨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여의치 않다. 자력 진출이 물건너 간 가운데 1승이 절실하다.
한국은 벨기에와의 3차전(27일)에서 반드시 이기고, 나머지 알제리-러시아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일본은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넘어야 한다. 이란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많은 골을 넣고 이겨야 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2002년 대회 공동개최를 이뤄낸 가운데 한국이 4강 신화까지 쓰며 축구 변방에서 세계 축구 중심으로 이름을 올렸던 때가 벌써 12년 전이다.
지난 남아공 대회 때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 축구를 대표해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계속해서 부진을 거듭할 경우 아시아 대륙에 배정된 4.5장의 월드컵 본선 쿼터가 줄어들 지도 모르는 일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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