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김광현(26)이 1455일만의 완투승을 신고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김광현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5피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올시즌 개인 첫 완투승을 따냈다. SK는 김광현의 역투를 앞세워 LG를 4-1로 꺾으며 3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전례없이 극심한 타고투저(야구에서, 타력이 좋은 데 반해 투수력은 나쁜 상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김광현이 토종 투수로는 최초로 완투승을 따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김광현 이전에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삼성)과 니퍼트(두산)가 각각 완투승을 한 차례씩 기록한 바 있다.
김광현은 몸이 덜 풀린 1회말 선취점을 내줬으나 2회 이후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유일한 1실점도 2사 후 포수 송구 실책과 중견수 포구 실책이 잇달아 벌어지며 나온 비자책점(SK는 실책 52개로 리그 최다실책 1위팀)이었다. 사실상 완봉승이나 다름엇는 완투승이었다.
김광현은 8, 9회를 제외하면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이렇다 할 위기를 허용하지 않으며 빼어난 경기운영능력을 과시했다. 좀처럼 연속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고 장타도 2회말 조쉬 벨에게 내준 2루타가 유일했다. 김광현은 4회와 7회말에는 조쉬벨에게 연이어 병살타를 뽑아내며 설욕에 성공했다. 9이닝간 단 104개의 공만을 던지며 투구수 관리도 잘됐고, 직구 최고구속은 152 Km/h에 이르렀다. 경기 막바지까지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SK로서는 김광현의 호투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최근 3연패의 부진에 허덕이는 동안 롯데에 두 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했고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다. 지난 13일 LG와의 1차전에서는 불펜마저 무너지며 연장접전 끝에 1점차 재역전패를 당했다.
전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박희수를 비롯하여 필승조 투수들이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광현이 무조건 오랜 이닝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마침 이 경기에서 올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 자격을 얻은 김광현을 관찰하기 위하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다수 방문한 탓에, 긴장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김광현은 부담감을 동기부여와 책임감으로 바꿨다. 2010년 6월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이후 4년만에 완투승으로 멋지게 기대에 부응했다. 2010년은 김광현의 최고 시즌이기도 했다. 당시 17승(다승왕) 자책점 2.37, 2완투 1완봉 등으로 자신의 커리어 최고 기록을 세운 김광현은 이후 2년여간 부상과 슬럼프가 겹쳐 시련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서서히 예전의 위용을 되찾아가고 있다.
4월 3승 2패. 자책점 2.73으로 선전했던 김광현은 5월들어 3승 2패로 결과는 같았으나 자책점이 5.01로 크게 높아지며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30일 한화전에서 올시즌 첫 무실점(7이닝 자책점 0) 피칭을 선보이며 안정세도 돌아선 김광현은 6월 들어 2경기에서 자책점 0.61의 호투를 이어가고있다. 최근 3경기에서 21.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김광현이 내준 자책점은 단 1점에 불과하다. 한때 4점대까지 치솟았던 자책점은 어느새 3.42(리그 3위)까지 낮췄고, 7승으로 다승도 3위에 올라있다.
아직 아쉬운 부분은 있다. 김광현이 유독 약팀과의 경기에만 강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올시즌 거둔 7승은 모두 4강권밖의 팀들에게 거둔 성적이다. 특히 한화(2승 1패. 2.20), KIA(2승, 2.08), LG(2승, 2.20)의 3약을 상대로는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NC(1패 4.50), 두산(2패 5.82), 넥센(1패, 5.40) 등 상위권팀으로 갈수록 변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위 삼성을 상대로는 아직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강팀을 상대로도 안정적인 모습을 증명해야 진정한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4년만의 15승 고지나 2점대 자책점 진입 역시 도전해볼만한 목표다.
김광현에게 올해는 중요한 시즌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던 김광현은 올해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4년만의 국가대표 재승선을 통하여 명예회복을 꿈꾼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김광현이 부상없이 순탄하게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도 꿈이 아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서 꾸준히 자기몫을 해주고 있는 몇 안되는 토종선발인 김광현의 가치가 빛나는 이유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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