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호도 지난 8일 최종명단 23명 발표와 12일 소집으로 본격적인 본선 준비 체제로 돌입했다.
한국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에서도 아쉽게 1-2로 패했지만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서서히 세계 축구의 중심에 가까워짐을 스스로 입증했다.
4년이 흐르는 동안 시행착오도 겪었다. 조광래 감독이 임기 도중에 자리에서 떠났고, 최강희 감독은 약속했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최종예선 막판에 고전하면서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한국 축구의 전설로 불리는 홍명보(45) 감독이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이 취임 후, 치른 경기는 총 14경기. 성적은 5승3무6패. 상대들의 전력은 차치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홍 감독의 시선은 일찍부터 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향했다. K리거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는 등 다양한 선수 발탁과 조합으로 시험했다.
옥석가리기 끝에 최종적으로 홍명보호에 몸을 실을 23명을 정했고, 이제 본격적인 항해를 앞두고 있다.
H조에 속한 한국은 6월18일 오전 7시 쿠이아바에서 러시아, 23일 오전 4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본격적인 주전 경쟁 돌입
홍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 23장을 골랐다. 이제 적재적소에 어떤 카드를, 어떤 조합으로 활용할 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운영의 큰 틀에서 베스트11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우선 공격라인을 살피면 박주영(왓포드)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이근호(상주), 구자철(마인츠), 김신욱(울산)이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박주영은 봉와직염 치료를 끝내고 본격적인 컨디션 회복에 들어갔다. 런던올림픽과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골로 보여줬듯 홍 감독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구자철은 박주영과 런던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고, 이근호는 박주영과 동갑내기로 절친이다. 김신욱은 196cm의 장신 공격수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할 때, 효과적이다.
허리에서는 에이스 기성용(선더랜드)이 중심을 잡고 파트너 조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이 하대성(베이징 궈안), 박종우(부산)와의 경쟁에서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그러나 하대성은 홍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큰 신뢰를 쌓은 선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준수했다. 박종우는 런던올림픽에서 기성용과 함께 동메달을 일군 주역이다.
좌우 측면도 치열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레버쿠젠)을 비롯해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자리다툼을 펼친다.
중앙 수비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조합이 유력하다. 곽태휘(알 힐랄)와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는 다소 밀린다.
그래도 황석호는 오른쪽 풀백을 설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곽태휘는 출전시간과 상관없이 맏형으로서 든든한 지원군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좌측에서는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이, 우측에서는 이용(울산)과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경쟁에 돌입한다.
골키퍼 자리는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가 주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이범영(부산)은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제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상 회복이 변수
"박주호가 브라질월드컵에 못 갈 것이라는 생각은 나도 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박주호(마인츠)는 수술 후,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재발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봉와직염으로 조기 귀국한 박주영을 비롯해 3주 동안 러닝을 하지 못했다는 기성용 등이 모두 제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에 박종우, 김진수, 김창수 등이 좋지 않은 상태다.
빠른 회복이 급선무다. 홍 감독은 약 2주의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홍명보호는 12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 훈련에 돌입한다.
홍 감독은 "본격적인 훈련은 5월21일부터 이뤄질 것이다. 그 전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하고 21일부터 전 선수들이 비슷한 컨디션에서 훈련을 하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소집 초반에는 전술적인 훈련보다는 부상과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부상자들의 숫자는 많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구자철, 지동원, 김보경, 윤석영 등 소속팀에서 출전시간이 적어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의 감각 되찾기도 중요하다.
물론 훈련 중에 새로운 부상자가 나와 누군가 낙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 감독은 예비엔트리 7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부상자가 나와 월드컵에 갈 수 없는 선수가 나올 경우, 예비엔트리 중에 행운의 승선자가 나올 수도 있다.
최종엔트리 마감시한은 6월2일로 이때까지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향후 일정은
12일 소집에 들어간 홍명보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출국 전까지 합숙훈련을 가질 계획이다.
소속팀 일정과 기타 이유로 선수마다 입소 날짜에 차이가 있지만 23명의 태극전사 모두 이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튀니지와의 평가전 때까지는 담금질에 집중한다.
이어 30일에 인천공항을 통해 마지막 전지훈련 장소인 미국 마이애미로 떠난다.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마이애미에서 기후 적응에 들어간다. 마이애미는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는 쿠이아바와 환경이 흡사해 안성맞춤으로 평가되고 있다.
쿠이아바는 연평균 기온이 30도로 월드컵이 열리는 6~7월에는 37도까지 치솟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기에 습한 날씨다.
또 마이애미는 한국이 경기를 치를 쿠이아바, 포르투 알레그레, 상파울루 등과 경도가 비슷해 시차가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2시간 차이다.
한국은 마이애미에서 적응 훈련과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6월10일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최종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어 곧장 브라질로 입성해 이구아수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 짐을 풀 계획이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