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라이언 긱스(41) 감독대행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긱스 감독대행이 이끄는 맨유는 27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2013~2014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경기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알렉스 퍼거슨(73) 감독의 뒤를 이어 맨유의 수장에 오른 데이비드 모예스(51) 감독은 기대 이하의 지도력을 보인 끝에 지난 22일 전격 경질됐다.
맨유는 남아있는 정규 리그를 4경기를 팀의 '살아있는 전설'인 긱스에게 맡겼다. 순식간에 선수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그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지만 긱스는 홈팬들 앞에서 가진 감독 데뷔전에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21일 에버턴전(0-2 패) 패배의 충격을 딛고 곧바로 1승을 따낸 맨유(18승6무11패·승점 60)는 7위를 유지했다. '긱스 효과'에 힘입어 가라앉아 있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긱스 감독대행은 웨인 루니와 대니 웰백을 전방에 내세우고 가가와 신지·톰 클레버리·마이클 캐릭·안토니오 발렌시아 등을 중원에 배치했다.
좌우 측면 수비는 파트리스 에브라와 필 존스·중앙 수비는 네마냐 비디치와 리오 퍼디난드에게 각각 맡겼다.
팀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긱스가 지휘봉을 잡자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태도도 달라졌다. 끈끈한 조직력을 발휘하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루니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대량 득점의 포문을 열었다.
전반 41분 웰백이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키커로 나선 루니가 가볍게 골로 연결시켰다.
본격적인 골잔치는 후반 들어 시작됐다. 후반 3분 가가와의 패스를 받은 루니가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긱스는 탁월한 용병술도 발휘했다. 후반 15분 웰백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후안 마타가 후반 18분과 28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멀티골을 달성하며 승리를 이끈 루니는 경기 후 "그동안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펼쳤다. 맨유의 모든 선수들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다음 시즌 누가 정식 감독으로 임명될 진 아직 알 수 없다. 최종 판단은 구단 이사회에서 내리겠지만 현재 감독대행인 긱스는 감독이 갖춰야 할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임시 사령탑인 긱스 감독대행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날 올드 트래포드에는 긱스의 감독 데뷔전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긱스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과 각종 응원도구들이 판매됐고 다양한 응원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들도 눈에 띄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경기장 안에 들어선 긱스 감독대행은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초짜 사령탑'답지 않은 여유로움을 과시했다.
'화기애애'와는 정반대의 상황도 연출됐다. 맨유 팬들은 '모예스 감독 떠나줘서 감사하다'는 현수막을 단 경비행기를 하늘에 띄워 약 11개월 만에 중도 하차한 모예스 감독을 두 번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간 모예스 감독과 팬들 사이에 쌓인 앙금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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