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39잉글랜드)·'영원한 캡틴' 미하엘 발락(38·독일)·'세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엔(32·가나) 등 스타급 플레이어들의 활약상을 볼 수 없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입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을 50여일 앞둔 현재 32개 본선 진출국 대표선수들은 올 시즌 소속팀과 개인 성적을 위해 몸바쳐 싸우면서도 '몸'을 지키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많은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전해져 본인은 물론 소속팀, 자국 대표팀, 자국 국민들, 전 세계 축구 팬들까지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불운의 스타트는 스트라이커 라다멜 팔카오(28·콜럼비아)가 끊었다. 지난 1월22일(한국시간) 소속팀 AS모나코와 몽츠 도르 아제르게스(4부리그)와의 프랑스 리그컵 경기에 출전했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팔카오는 당초 브라질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술을 집도한 포르투갈 의료진은 지난 19일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수술 경과가 좋아 월드컵 참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컨디션을 100%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덧붙여 숙제를 남겼다.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32·스페인)는 지난 3월27일 소속팀 FC바르셀로나와 셀타비고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0라운드 경기에서 무릎이 꺾이면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했다.
전치 6~8개월로 시즌 아웃에 이어 브라질행도 어려워졌다. 올 시즌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바르셀로나를 떠날 계획이던 그로서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헤딩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35·독일)도 지난 3월30일 소속팀 라치오와 파르마의 이탈리아 세리에A 31라운드 경기 이후 햄스트링 부상을 치료 중이다.
시즌이 끝나는 5월까지 재활해야 할 것으로 보여 월드컵에 출전한다고 해도 경기력 회복이 이뤄질 지 의문이다. 2002한일·2006독일·2010남아공월드컵 등에 3연속 출전, 본선에서만 14골을 넣은 그는 4번째 월드컵에서 호나우두(38·브라질)가 보유한 월드컵 본선 최다골 기록(15골) 경신을 노리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드컵 본선 H조에서 한국과 함께 한 조에 속한 벨기에의 '주포' 크리스티안 벤테케(24·아스톤 빌라)는 이달 초 소속팀 훈련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6개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 월드컵 출전 불발은 물론이다.
벨기에는 EPL에서 지난 2012~2013시즌 23골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시즌에도 11골을 넣었으며, A매치에서도 6골을 기록한 벤테케의 공백을 에버턴 소속으로 올 시즌 EPL에서 13골을 기록 중인 로멜루 루카쿠(21)로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황금세대'를 앞세워 우승에 최근접하고자 하는 벨기에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벨기에는 벤테케 외에도 '3순위' 골키퍼 코엔 카스틸스(22)가 지난 7일 소속팀 호펜하임과 헤르타 베를린의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경기에서 정강이 뼈가 부러져 역시 시즌 아웃됐고, 9일에는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소속팀 첼시(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전치 2주의 종아리 부상을 당하는 등 점점 '부상 병동'이 돼 가고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2002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트로피 탈환을 노리는 브라질도 비상이다.
'신성' 네이마르(22)가 지난 17일 소속팀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결승전에서 전치 4주의 왼 발등뼈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시즌 아웃은 물론 월드컵 준비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브라질은 바르셀로나 구단과 적극 협력해 네이마르의 재활과 컨디션 회복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를 거머쥔 '득점머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도 지난 3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챔스 8강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포르투갈을 브라질 막차에 태운 그의 부상 소식에 소속팀과 포르투갈은 모두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호날두는 21일 훈련에 복귀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는 24일 치러질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챔스 4강 1차전을 통해 건재를 과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부상에 시달렸던 리오넬 메시(27)는 최근 부상은 아니지만 컨디션 난조로 소속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메시는 지난 1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챔스 8강 2차전에서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봉쇄됐다. 특히 이날 메시는 골키퍼 수준인 6.8㎞에 불과한 활동량을 보여 '수비를 외면한다', '걸어다녔다' 등의 비난을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부진 속에 1, 2차전 득점 합계 1-2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13일 리그 33라운드 경기에서 '약체' 그라나다에 0-1로 42년 만에 무릎을 꿇을 때도,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1-2로 져 우승컵을 내줄 때도 줄곧 침묵했다.
메시는 다행히 21일 리그 34라운드 아틀레틱 빌바오전에서 프리킥 골로 2-1 승리를 확정하며 팀을 최근 3연패 수렁에서 꺼내는 동시에 부활을 알렸다. 메시는 이날 여러 차례 빌바오 수비진들을 무력화하는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덕분에 숨죽이면서 지켜본 스페인 카탈루나 지역민들과 조국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날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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