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인승·다목적 차량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캠핑 등 레저 문화가 확산하며 레저용 차량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다인승 차량 시장은 국산차의 독무대로 선택폭이 넓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고급 미니밴 등을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국산차 회사들도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다양한 차가 팔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선보인 국산차는 벌써 3종에 달한다.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코란도 투리스모와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했다. 기아자동차의 올 뉴 카렌스는 출시를 앞두고 14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다인승 차량은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고유가 등을 이유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었다. 2001년 7만2000여대가 판매된 기아차 카니발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5년에는 1만4000여대까지 판매가 줄었다. 하지만 2009년 2만1000여대가 팔리더니, 지난해에는 3만대를 돌파했다. 레저 인구가 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도 미국에서 끌던 차종을 잇달아 국내에 들여오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내린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1년말 미국산인 7인승 미니밴 시에나를 출시했다. 2열 시트가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안락하고 3열의 경우 바닥으로 완전히 접혀 짐을 싣기도 좋은 다목적 차량이다. 시에나는 지난달까지 840여대가 판매됐다. 수입차인데다 주로 주말에 가족들이 쓸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인피니티도 7인승 JX를 출시했고, 혼다 역시 미국에서 잘 팔리는 오딧세이를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했다. 모두 미국산이다.
시장이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국내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달 로디우스 후속인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했다. 11인승 차로 세 가족이 탈 만하고, 6명 이상이 타면 버스전용차로를 다닐 수 있다. 4륜구동이라는 장점도 있다.
기본 모델의 경우 가격도 2000만원대 중반으로 저렴한 편이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계약이 3000대를 넘어설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는 13일 다목적 오토 캠핑카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를 출시했다. 국산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나온 본격적인 캠핑카다. 지붕이 올라가며 2인용 취침 공간이 생겨 뒷좌석 시트를 포함해 총 4명이 잘 수 있고, 싱크대와 냉장고, 전기 레인지 등 취사도구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일상 용도와 캠핑 용도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14일부터 올 뉴 카렌스의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7인승인 이 차는 2~3열 시트가 접혀 실내 공간을 목적에 맞게 편안하게 쓸 수 있다. 또 1.7L 디젤 엔진 모델과 2.0L LPG 모델로 나와 연료비를 아끼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하다. 가격은 1960만~2570만원이다.
독일 브랜드도 최고급 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더 밴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11인승 스프린터를 들여와 15일 선보일 예정이다. 시트를 장착하면 많은 사람이 탈 수 있고, 떼어내면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다목적 차량이다. 스프린터는 3.0L 디젤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를 가릴 수 있는 파티션도 있다. 최고급 모델의 경우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목적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주 5일제가 이제는 완전히 정착하며 레저 인구가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이라면서 “여기에 과거에는 세단을 타야 존중받는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경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다목적차량(MPV) 등 자신의 선호에 맞는 차를 과감하게 선택하는 선진국형 소비를 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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