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집 안인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왠지 한기가 느껴진다. 엄마는 환기도 시키고 늦잠 자는 식구들도 깨울 겸 창문을 열기도 한다. 하지만 자칫 비염이나 천식이라도 있는 아이는 이른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콧물과 재채기, 기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침에 창문을 여는 시점은, 아이가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고, 씻고, 아침 식사를 해 몸을 덥힌 다음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신진대사와 배변을 위해 물 한 잔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데 이 때 따뜻한 물이나 감기 예방에 좋은 한방차를 마시면 더 효과적이다.
흔히들 겨울에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보다 수분섭취에 덜 신경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여름에 300∼400㎖ 정도 더 마시면 좋을 뿐, 사실 우리가 1일 동안 섭취해야 할 수분의 양은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대신 겨울에는 물의 온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겨울철, 아이에게 주는 따뜻한 물 한 잔이 잦은 감기나 비염, 장염(배앓이) 등 겨울철 단골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 따뜻한 차와 국물로 아이 호흡기를 촉촉하게
겨울에 따뜻한 물을 챙겨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겨울에는 과도한 난방으로 인해 실내가 많이 건조해진다. 건조한 환경은 아이의 호흡기(기도나 코 점막)나 피부를 메마르게 해 외부 자극에 민감해지게 만든다. 특히 아이에게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을 경우 콧속을 바짝 마르게 해 코막힘, 코딱지, 코피 등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코 점막이 상처를 입고 더 예민해져 콧병을 악화시킨다. 이때 따뜻한 물 한 잔이나 아침 식탁의 김이 오르는 국물은 아이의 호흡기와 코 점막을 촉촉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명희 아이누리한의원(신흥점) 원장은 “감기를 앓고 있을 때에도 수분 섭취는 중요한 돌보기이다. 물이 아이의 해열을 돕고, 열날 때 체내 손실이 가장 큰 수분을 보충하는 필수 요소이다. 따뜻한 보리차는 전해질의 균형을 돕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속이 따뜻해야 하루가 든든하고 배앓이도 예방
겨울에는 찬 기운으로 장의 기운이 약해지는데, 비위가 약하고 속이 찬 아이들은 배앓이가 잦고 장염에도 잘 노출되는 편이다. 이런 경우 속을 따뜻하게 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하거나 엄마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질러주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이다.
게다가 찬 음식이 위장에 바로 들어가면, 소화관에서 소화효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음식을 덥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체온도 잠시나마 살짝 내려갈 수 있다. 아이가 찬 것만 찾는 경우 잦은 감기와 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아침 식사는 아이가 추운 겨울의 일과를 ‘온기 있게’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다.
진명희 원장은 “아침에 따뜻한 차나 물을 마시려면 식사 30분 전이 좋다. 식사 도중에는 위액을 묽게 해서 소화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외에도 수시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따뜻한 한방차는 가벼운 증상 완화에도 효과적
물을 따뜻하게 마시는 것도 좋지만, 약재를 이용해 따뜻한 한방차로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벼운 감기,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효능 있는 약재를 쓰면 더 좋은데, 아이 체질이나 연령에 맞춰 소아 한의사의 조언을 따라 음용하도록 한다.
오미자차 ▶ 감기를 앓고 난 후 가래는 별로 없는데 잔기침을 계속하고 입 안이 건조할 때, 목소리가 잠길 때도 오미자차를 복용하면 좋다.
모과차 ▶ 감기로 목 안이 따끔거리고, 어깨 주변이 딱딱하게 굳어 있고, 평소 다리에 쥐가 잘 나는 아이라면 모과차가 적당하다.
도라지차 ▶ 도라지는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혀주며, 목이 부은 것에 효과가 있다.
맥문동차 ▶ 마른기침을 하면서 갈증이 날 때 맥문동차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대추생강차 ▶ 소화기계 허약아에게 적합하다. 소화 작용을 도와서 습담(濕痰)이 생기지 않게 한다. 몸이 으스스하게 춥고, 약간 콧물이 나며, 코가 막히는 감기 초기 증상에도 좋다. 생강만 넣고 끓이면 아이가 매워할 수 있으므로 대추를 함께 넣어도 좋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