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남는 데뷔 시즌이었다. 대졸루키로 입단하자마자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리고 주전 필승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후반기들어 구위가 떨어졌다. 팀의 4강도 실패했다. 안간힘을 썼으나 거기가 한계였다.
올해 KIA는 4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지만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기둥투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신인지명 1번으로 입단한 우완투수 박지훈이 주인공이다. 작년 미야자키 캠프에서부터 선동렬 감독은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솜씨가 있다. 충분히 1이닝 정도는 막을 수 있겠다"며 애정을 보였다.
이 말은 곧 미들맨으로 쓰겠다는 말이었고 1군 진입을 약속하는 평가였다. 그러나 그때만해도 1군의 불펜진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한기주를 비롯해 김진우 유동훈 김희걸 임준혁 손영민 심동섭 박경태 등이 버티고 있었다. 경험없는 신인이 들어가기엔 버거워보였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김진우, 한기주, 심동섭, 손영민, 임준혁이 모두 부상을 입으며 이탈했다. 개막을 앞둔 선동렬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 때 뽑아든 카드가 박지훈이었다. 그는 신인답지 않는 배짱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한 두 경기 나서면서 어느새 필승맨이 되었다. 각이 크면서도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슬라이더가 예리했고 포크볼과 직구의 볼끝도 힘이 있었다. 상대타자들이 쉽게 볼을 칠것 같으면서도 헛스윙하기 일쑤였고 머리를 흔들며 돌아섰다. 전반기 KIA 불펜이 무너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팀도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루키시즌은 힘들었다. 매일 경기하고 이동하고 불펜에서 등판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몸이 갈수록 홀쭉해졌다. 체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전반기 막판 힘이 떨어지면서 구위도 약해졌고 재활군에서 휴식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50경기에 출전해 3승3패2세이브10홀드, 방어율 3.38의 성적표를 받았다. 신인치고도 우등 성적표였다.
때문에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올해의 값진 경험을 통해 더욱 힘있는 필승맨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감독도 "투구 스피드와 체력을 키운다면 내년에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스피드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는 140km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후반에는 140km대 중반까지 끌어올렸다. 프로에 적응하면서 스피드도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17일부터 시작하는 오키나와 가을캠프에서는 체력훈련에 비중을 두고 있다. 선감독은 "박지훈의 구위는 나무랄데가 없다.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체력을 키운다면 내년에는 더욱 좋은 볼을 던질 수 있다. 이번 가을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를 성실히 소화한다면 내년에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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