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스마다 침묵한 타선이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라있던 SK 와이번스의 발목을 잡았다. SK 타자들은 찬스 상황에서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SK는 지난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4-5로 석패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에이스 김광현이 호투해 롯데의 기를 완전히 눌러놨던 SK는 이날 역전패를 당해 1패 이상의 것을 잃고 말았다.
7회초 선발 윤희상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엄정욱의 부진도 아쉬웠지만 이날 SK 타선이 남긴 아쉬움은 더욱 컸다.
SK 타자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동점으로 따라잡힌 뒤에는 타자들이 성급한 타격을 하며 조급함을 드러냈다.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에서 SK는 5회 추가점의 기회를 잡았다. 조인성의 중전안타와 박진만의 희생번트, 조동화의 볼넷으로 1사 1,2루의 기회를 일궈냈다.
그러나 정근우가 좌익수 플라이로 맥없이 물러났고, 박재상은 초구부터 건드렸다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돌아섰다.
4-1로 앞서다가 7회초 3점을 내준 뒤 SK 타자들은 성급한 공격으로 일관하다가 찬스를 모두 놓쳤다.
SK는 4-4로 맞선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근우가 2루타를 치고 출루해 기회를 잡았다. 상대 배터리가 박재상을 고의4구로 거르고 최정과의 승부를 택하면서 1사 1,2루를 만들었다.
최정이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그 사이 1, 2루 주자가 이중도루에 성공, SK는 2사 2,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그러나 4번타자 이호준이 초구를 노려쳤다가 맥없이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나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10회초 2사 만루에서 정우람이 정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4-5로 뒤진 채 10회 공격에 나선 SK 타선은 선두타자 박정권이 우전 안타를 치면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SK는 김강민의 희생번트와 조인성의 좌전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역전 끝내기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윤석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SK는 그 사이 대주자 김성현이 2루를 훔쳐 2사 2,3루의 끝내기 찬스를 다시 한 번 잡았지만 임훈이 공격을 서두르다가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갔고, 좌익수 뜬공으로 돌아섰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시즌 초반 SK는 타선에서 비슷한 문제를 보였다. 답답한 타선 때문에 SK 이만수(54) 감독은 속앓이를 했다. 홈런은 많은데 타율은 낮았다. 타선에 응집력이 없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진 SK 타선의 모습은 시즌 초반과 비슷했다. 당시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롯데 홍성흔이 "SK 선수들은 정말 집요하게 허점을 파고 든다. 우리가 질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SK의 강점을 설명했지만 2차전에서는 타자들에게서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SK 타선은 최정~이호준~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1번타자 정근우도 국내 정상급 타자다. 타선의 이름값만 봤을 때에는 전혀 약하지 않다.
하지만 역시 응집력이 살아나야 더욱 무섭다. 지난해까지의 포스트시즌과 올 시즌을 통해 봤을 때 SK 타선이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였을 때 결과가 더욱 좋았다.
투수진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SK 타선의 응집력이 살아나야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19일 부산에서 열리는 3차전부터 SK 타선이 타석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집중력을 높여 더욱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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