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수년 간 한화 이글스에는 남의 잔치였다. 최근 4년 간 3차례나 ‘꼴찌’에 머무른 빈약한 전력으로는 4강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비싼 돈을 투자하면서 남 좋은 일만 할 수도 없다. 여러 해 동안 실패를 맛본 한화는 다시 한 번 감독 교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꼴찌팀의 감독 선임이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 대상이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경험한, 그리고 현역을 8년이나 떠나 있던 김응용(71) 감독(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코끼리 감독

한화는 8일 김응용 감독과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사인했다. 그의 선임은 파격인사다. ‘김응용’이라는 이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전신)다. 1983년 해태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00년까지 무려 18년이나 사령탑을 지켰다. 성적도 무척 화려하다. 김 감독은 임기의 절반인 9년을 한국시리즈 우승 지도자로 보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근성을 극대화시켰고 선동열(49) 현 KIA 감독, 이종범(42) 한화 코치 등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완벽하게 관리했다. 삼성 라이온즈로 자리를 옮긴 2002년에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했던 팀의 숙원을 풀어주며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22시즌 동안 통산 1476승 1138패 65무(통산 승률 56.5%)라는 업적을 남긴 김 감독은 2004년 12월 삼성 사장으로 변신, 2005, 2006년 삼성의 통합우승을 함께 했다. 새로운 야구인생을 개척한 김 감독이 일선으로 돌아오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 감독이 마음을 바꾼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꾸준히 야구계에 몸 담다보니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꿈틀거렸다. 결국 김 감독은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한화에서 또 다른 도전을 맞게 됐다.

▲한화, 왜 김응용인가

한화는 시즌 중반 한대화(52)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한화에는 남아 있는 계약기간을 기다려줄 인내심이 없었다. 후임 0순위는 고양 원더스 김성근(70) 감독이었다. 실제로 한화와 김 감독은 상당 부분 계약이 진행됐다. 그러나 코치 인선 등 세부적인 계약조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김 감독이 고양과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후 한화 후임 사령탑 하마평은 끊이지 않았다. KIA의 통산 10번째 우승을 이끈 조범현(52)과 현대 왕조의 수장 김재박(58) 전 감독,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인 이정훈(49) 천안북일고 감독의 이름이 수면위로 올랐다. 시즌 막판에는 한용덕(47) 감독대행까지 본의 아니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화는 예상과는 달리 김응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배경은 간단하다. 한화에는 김 감독의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22년 동안 현장을 지키면서 증명된 카리스마와 지도력이 한화가 김 감독을 원한 배경이다. 한화 관계자는 “연륜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이 리빌딩과 포스트시즌 진출 재도전을 이뤄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을 맡으신 지는 오래 됐지만 사장으로 지낸 것을 현장에서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뒤에서 바라본 것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코치 드림팀 꾸려지나

김응용 감독 취임 후 또 하나의 볼거리는 그를 보좌할 코치진 구성이다. 특히 김 감독 수하에서 영광을 일궈낸 제자들의 입성에 관심이 쏠린다. 2001년 삼성에 새 둥지를 틀 때도 그는 해태에서 호흡을 맞춘 유남호(61), 김종모(53) 코치를 데리고 갔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코치들을 다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다. 이종범은 현역 시절 한화와는 특별한 연이 없었지만 김 감독과는 아니다. 1993년 해태에 입단한 이종범은 일본에 진출하기 전인 1997년까지 5년 간 김 감독의 지도를 통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구단으로부터 코치 인선의 전권을 부여받은 김 감독은 직접 이종범을 만나 코치직을 제안했다.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던 이종범은 스승의 부탁에 흔쾌히 합류를 결정했다. 또 한 명의 대어는 양준혁(43)이다. 양준혁은 선수협의회 활동 문제로 미운털이 박혀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김 감독의 구제로 어렵게 선수생활을 이어간 경험이 있다. 다만 야구재단 운영 등 여러 가지 일을 겸하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그러나 김 감독과의 덕을 본 양준혁이 모든 일을 접고 코치직을 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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