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명승부를 연출했던 2012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6일 막을 내렸다. 4월7일 막을 올린 프로야구는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 한국시리즈 왕좌를 노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는 전력의 열세를 절감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졌다. 6할이 넘는 승률(80승2무51패)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삼성을 제외하고는 2~5위는 10월이 되어서야 순위가 가려질 정도로 혈투가 펼쳐졌다.
한때 1위를 노렸던 SK는 시련을 겪다가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두산과 롯데는 KIA의 추격을 뿌려치고 각각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5위 KIA는 막판 뒷심을 보여줬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6위 넥센은 내년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데 만족해야 했다. 7위 LG, 최하위 한화는 시즌 중반 이후 전혀 힘을 내지 못했다.
뜨거운 순위 싸움을 펼친 프로야구는 팬심을 사로 잡았고,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유치했다. 프로야구가 뜨겁게 달아오른 반면, 하위팀 감독들은 시즌 중 경질이라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것도 시즌 막판에서였다.
투타에서 가장 안정된 팀은 역시 삼성이었다. 무엇보다 마운드가 안정된 것이 삼성의 강점이었다. 선발진은 생애 첫 다승왕의 영광을 안은 장원삼(17승)이 버티고 있었고, 외국인 선발 듀오 미치 탈보트(14승)와 브라이언 고든(11승)이 승리의 선봉에 섰다.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도 무려 12승을 올렸다.
안지만, 권혁, 정현욱 등이 이끄는 특급 불펜진도 두꺼웠고, 통산 5번째 구원왕 타이틀을 따낸 오승환(37세이브 평균자책점 1.94)이 지킨 뒷문도 '철옹성'이었다.
타선에서는 박석민(타율 0.312 23홈런 91타점)이 건재했고,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이 주위의 우려와 달리 펄펄 날았다.
SK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내친김에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6월말부터 7월초까지 타격 부진으로 인해 시즌 팀 최다인 8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등 6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막판에 뒷심을 발휘해 2위로 올랐다.
윤희상이 팀내 최다승(11승)을 올릴 정도로 선발진이 붕괴됐지만, 한 시즌 최다홀드 신기록을 작성한 박희수(34홀드)와 마무리 정우람(30세이브)이 이끄는 불펜진의 위력이 대단했다. 최정(타율 0.300 26홈런 20도루)과 이호준(타율 0.300 18홈런 78타점)은 노련함과 더불어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은 2위 경쟁에서 SK에 밀렸다. 타선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선발진과 마무리가 좋았다. 노경은(12승)은 땜방 선발 자원에서 에이스로 급부상했고, 이용찬과 더스틴 니퍼트가 나란히 11승을 올렸다. 마무리 스캇 프록터(34세이브)의 활약도 두산에는 호재였다.
두산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8일부터 잠실구장에서 롯데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치른다.
롯데는 후반기 막판 투타에서 침체를 보여 힘겹게 4위에 턱걸이했다. 무난하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안착하는 듯 보였지만, 9월 이후 9승1무16패의 참닥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러나 막판 5위 KIA와의 격차를 벌려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선발 쉐인 유먼(13승)의 활약과 마무리 김사율(34세이브)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명우, 최대성, 김성배는 각각 팀 경기수의 절반이 넘는 경기에 투입됐다. 타선에서는 최다안타 1위 손아섭(타율 0.314 158안타)과 강민호(19홈런 66타점), 홍성흔(타율 0.292 15홈런 74타점)이 좋았다.

KIA는 들쑥날쑥한 플레이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넣는 데 실패했다. 그나마 풍운아 김진우(10승)의 선전과 서재응(9승)과 윤석민(9승)이 버텨준 마운드 덕에 경합을 벌일 수 있었다.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야 할 최희섭과 김상현이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넥센은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한 박병호(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 서건창(타율 0.266 70득점 39도루) 등 깜짝 스타들의 활약과 강정호(타율 0.314 25홈런 82타점)의 뚝심을 더해 돌풍을 일으켰다. 방어율왕 브랜든 나이트(평균자책점 2.20)와 밴 헤켄(11승)의 활약도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만년 하위팀의 불명예를 안고도 선수들의 끈기 있는 플레이로 창단 후 첫 8연승을 거두는 등 내년 시즌을 기대케 했다.
LG는 또다시 중반 이후 힘을 내지 못했다. 무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벤자민 주키치(11승)를 제외하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도 없고, 불펜진은 허약했다. 조인성·송신영·이택근 등 주축 선수들이 FA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과 승부조작 여파로 기둥이 빠진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화는 최약체 팀에 선수 몇 명을 보강한다고 해서 강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돌아와 타격왕을 차지한 김태균(타율 0.363 16홈런 80타점)만이 제 몫을 다했다. 선발진에서 류현진(9승·210탈삼진) 외에는 마땅한 자원이 없는데다가 불펜도 승리를 지키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찬호(5승10패)도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순위에 상관 없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와 허슬 플레이에 팬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2012런던올림픽도, 연이은 태풍도 야구의 흥행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난해 첫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민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잡은 프로야구는 또다시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고, 사상 초유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 시즌 532경기의 누적 관중수는 715만6157명이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8개 구단 체제가 들어선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 540만 관중을 기록했던 1995년에 정점을 찍었다. 프로야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관중이 200만명대로 하락할 만큼 암흑기를 거쳤지만,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의 쾌거를 이룬 2008년 13년 만에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9년부터 4년 연속으로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으며, 특히 올해는 100만에서 600만 관중 달성까지 모두 역대 최소경기로 돌파했다.
반면 흥행 뒤에 어두운 면도 있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도중 교체된 감독이 두 명이나 있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 한대화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이 팀을 떠났다.
감독의 장기계약은 사실상 의미없는 일이 돼 버렸다. 구단은 팀 성적이 나쁘면 사령탑 교체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관례가 된 듯 했다. 성적지상주의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야구계와 팬들은 기본적인 예우를 갖추지 않고 감독을 내보내는 구단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같은 막무가내식 경질은 감독이 팀을 꾸리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리고 경험이 일천한 선수를 육성해 구단을 리빌딩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됐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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