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윤석민은 26일 대구 삼성전서 8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이어가다 9회, 첫 타자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아 아쉽게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며 팀에 의미 있는 기록을 안겨줬다.
KIA는 윤석민의 완봉승으로 3경기 연속 완투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23일 서재응의 완봉승(넥센전)을 시작으로 25일 김진우의 완투승과 윤석민의 완봉승이 이어졌다. 현대 야구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투구폼이 안정되면 한 경기에 200개를 던져도 무리가 안된다”는 이론을 가진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팀에서 나온 기록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최근의 한국 야구는 불펜이 지배하는 야구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마무리 투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졌으며 확실한 불펜 투수 없이 우승을 꿈꾸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처럼 여겨졌다. 아무리 투수 분업화가 세계적 추세라해도 우리의 풍토는 불펜 비중이 ‘너무나도’ 강조됐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선발 투수는 6회까지만 책임져줘도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팀에 따라선 “5회만 막아주면 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야구에서 완투는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26일까지 올시즌 기록된 완투는 총 28차례에 불과했다. 8개팀이 총 1000명의 선발 투수를 기용했음을 감안하면 완투율은 2.8%에 그친 셈이다.
언제부턴가 선발 투수들의 ‘4일 휴식 후 등판’마저도 힘든 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어느샌가 불가능한 일로 변해버렸다.
지난 2010년 가장 많은 ‘4일 휴식 후 등판’을 했던 SK 김광현은 “몸이 크게 힘든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주위에서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물으니 괜히 마음이 약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투수의 팔은 분명 소모품이다. 많이 쓰면 그만큼 빨리 닳는다. 투수들이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던질 수 있게 배려하고 고민하는 것은 지도자들의 필수 덕목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보호만이 능사는 아니다. 선수 보호 역시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서도 ‘투수 보호’에 대해선 아직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철저하게 투구수 관리를 했던 메이저리그의 괴물 투수 스트라스버그(워싱턴)는 신인이던 2010년,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접어야 했다. 그에 대한 논란은 올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스트라스버그는 2012시즌, 15승6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하며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워싱턴 구단은 후반기서 그의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며 시즌을 조기(9월10일)에 마감하는 조치를 취해 찬,반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KIA 선발 투수들의 역투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선발 투수라로서 한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일궈낸 투혼 릴레이였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한국 복귀 이후 계속된 잔부상 탓에 단 한차례의 완투도 기록하지 못했던 선수다.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몸 관리를 성실하게 해내며 결국 자신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복귀해 희망을 던지고 있는 김진우의 이를 악문 완투승,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낸 윤석민의 힘찬 투구 모두 ‘선발 야구’의 짜릿함과 가치를 다시 일깨워 준 유쾌한 반란이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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