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퇴장'이었을까. KIA 선동열 감독의 생애 첫 퇴장이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 감독은 16일 문학 SK전 8회말 무사 1,2루 수비때 이호준의 땅볼타구에 대한 파울판정에 항의해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여 퇴장당했다. 선수시절을 포함해 처음 당한 퇴장이다. 심판판정에 가벼운 항의를 한적은 종종 있었지만, 선수단을 벤치로 불러들인 것 역시 처음이다. 관건은 선 감독 퇴장 이후 KIA는 무사 만루의 위기를 넘기고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팀 승리를 위해 초강수를 둔 '의도한 퇴장'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기 전의 과정을 살펴보자. 3-2로 리드하던 8회말 조동화의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앞 내야안타가 됐다. 기분나쁜 안타가 나왔을 때 경기 흐름이 상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었는데, 최정마저 몸에 맞는볼로 출루해 무사 1,2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후였다. 이호준의 타구가 3루수 앞으로 빠르게 날아가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가 완성됐다. 하지만 주심은 박기남이 타구를 잡았을 때부터 파울을 선언했다. 야수들의 플레이는 인정되지 않았고, 스트라이크만 하나 추가됐다.
타구가 이호준의 발끝에 맞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중계팀이 정밀 분석을 시도했지만, 명확치 않다. 사람의 눈으로 판단키 어려운 장면이라 심판의 판단에 맡겨야 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이에 강하게 어필한 뒤 선수단을 철수시켰다. 평소 어필을 하더라도 이내 수긍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선수단 철수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감독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다. 전날 5-1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를 당하는 등 최근 뒷심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이날 1점차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멀어졌지만,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규칙을 위반해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징계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감독 인생에 오점이 남는다는 의미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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