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가을야구 티켓에서는 멀어진 넥센이지만 시즌 종반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20(홈런)-20(도루)에 도전하고 있는 강정호(25)와 박병호(26·이상 넥센 히어로즈)의 동반 달성여부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3번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 클락(당시 히어로즈)과 신명철, 강봉규(이상 삼성 라이온즈)가 동반 작성한 이후 2010, 2011시즌에는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시작 전 강정호와 박병호가 20-20클럽의 강력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들의 타격재능은 인정했지만 거포에 가까운 그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루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4일 현재 20홈런과 함께 18도루를 성공하며 20-20에 가장 근접한 강정호는 2006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불과 12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강정호는 2009년에도 23홈런을 기록했지만 당시에는 도루가 3개에 불과해 20-20 클럽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강정호는 "처음엔 도루 10개를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도루를 하면 할수록 조금씩 자신감이 붙더라"며 "지금은 솔직히 20-20달성에 욕심이 난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27홈런, 16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박병호는 한 시즌 최다도루가 5개(2010년)에 불과할 만큼 잘 뛰지 않는 선수였다. 현재 타점부문(92점)과 홈런부문(27개)에서 모두 선두에 올라있는 박병호는 이 부문 2위인 삼성의 박석민(2개) 보다 무려 14개나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이다.
넥센의 염경엽(44) 작전주루코치는 "야구에서 모든 팀들이 3분의 1은 이기고 3분의 1은 진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나머지 3분의 1에서 갈리는 것"이라며 "투타가 튼튼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팀은 주루플레이 등을 통해 3분의 1을 따내야 하는 것"이라고 올시즌 강정호와 박병호의 적극적인 도루 시도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강)정호나 (박)병호나 그동안 못 뛰었던 것이 아니라 안 뛰었던 것"이라며 "발이 느릴 수 있지만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도루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두산의 최준석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웃었다.
염 코치가 이들에게 도루를 지시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서건창과 장기영처럼 발이 빠른 선수들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키킹동작을 한 후에도 도루에 성공할 수 있지만 강정호와 박병호 같이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뚝 떨어진다.
염 코치는 "두 선수는 대게 투수가 키킹동작을 시작하기 전부터 뛴다. 안 그러면 여지없이 잡힌다. 투수의 견제가 들어갈 때도 위험하다"며 "투수의 볼배합이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도루할 수 있는 찬스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1루 주자가 도루를 한다고 생각하면 투수는 타자와 주자를 동시에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끔 도루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투수를 흔드는 효과가 꽤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염 코치가 생각하는 강정호와 박병호의 20-20 달성은 어떨까?
염 코치는 "(강)정호는 쉽게 20도루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요새는 정호가 너무 도루 욕심을 내 조금 자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웃었다. 박병호에 대해서도 "20개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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