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충격의 4연패에 빠지며 사실상 4강 경쟁에서 탈락했다. 정규시즌을 20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4위 두산과 6경기차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안좋았다. 지난 8~10일 잠실 LG전에서는 3경기 모두 어이없는 실책으로 자멸했다. 12일 광주 롯데전은 아웃카운트 1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 당했다. KIA 안팎에서 "전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명가붕괴, 결국은 소통부재?

올시즌 KIA의 추락을 보는 시각은 명쾌하다. 야구인들은 "주축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김조호 단장은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중 한 명만 제 몫을 해줬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성적이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축선수들의 부상이탈로 정상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던 것이 부진의 절대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태출신 코칭스태프로 개편되면서 의사소통 방식을 놓고 선수들과 갈등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현역시절 최고로 꼽혔던 코칭스태프들의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해보자'는 것과 '이것도 못하느냐'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멘탈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간 가교역할을 할 베테랑도 없다. 해태를 경험했고, 황금시대를 함께 이끈 유일한 선수였던 이종범이 은퇴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간 갈등을 풀어줄 메신저가 사라졌다는 관측이다.

◇현 전력 최대치인가, 최소치인가?

KIA의 올시즌을 지켜본 또다른 야구인은 "기초가 안된 선수들이 너무 많다. 기술을 아무리 끌어 올린다고 해도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번에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KIA가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다. 올해 선수들이 보여준 능력이 이른바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하고, 마무리 훈련 때부터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보강에 관한 부분도 "외부영입도 중요하지만, 주축선수들이 복귀하지 못한다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올 해 전력은 최소치다. 부상자들이 복귀하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동열 감독 역시 "올해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내년에는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 선수들 스스로 느끼는 게 많은 시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KIA의 전력을 '최악'으로 보면, 내년에는 적어도 우승권에 근접한 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의 시각으로 KIA를 바라보면 내년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키 어렵다. 명가재건과 타이거즈 전통 계승이라는 두가지 명제를 실현시키려면 현 전력을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