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없다."
KIA 선동열 감독이 국내 토종 에이스들의 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올시즌 각팀 마운드 사정을 들여다보면서 한 말이다.
선 감독은 10일 "올시즌에는 외국인투수들이 각종 순위를 휩쓸고 있다. 국내 에이스들이 부진했다. 제 몫을 못했다. 다승 순위를 보면 삼성 장원삼 외에는 전부 용병투수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관심은 내년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한 국가대표팀 구성에까지 이른다. 2001년 제 1회 WBC에 투수코치로 참가했던 선 감독은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의 성적이 올해 모두 좋지 않다. 구위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 "WBC대표팀 감독을 어느 분이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운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고 예상했다.
선 감독의 문제제기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국내 투수의 부진

한화 류현진, KIA 윤석민, SK 김광현은 이른바 '신(新) 트로이카'로 불리는 한국 대표 투수들이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마운드를 호령하던 손민한(전 롯데), 박명환(LG), 배영수(삼성)의 바통을 이어 받은 마운드의 간판 스타들이다.
그런데 올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7승에 불과하고, 윤석민도 8승에 머물러있다. 모두 시즌 10승에 도전하는 처지이다.
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 가운데 국내 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 장원삼이 다승 공동 1위(14승), 삼성 배영수(10승)가 공동 6위에 각각 올라있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선 감독은 "장원삼이 올해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주면서 다승 1위에 올라있지만 방어율(3.84.17위)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선두를 달리는 팀 성적에 따른 프리미엄을 안으면서 다승 선두에 나서있지만 구위에 대한 믿음은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배영수도 올해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지만 예전 구위에는 미치지 못한다.
장원삼 배영수 외에는 10승대 투수 명단에 삼성 탈보드(14승), 롯데 유먼, 넥센 나이트(이상 13승), 두산 니퍼트(11승), 삼성 고든, KIA 앤서니, LG 주키치(이상 10승) 등 외국인투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마운드 사정은 절망적인가. 아니다. 아직 낙담하기엔 이르다. 시즌 막판 긍정적인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우선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8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2경기에서는 연속해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방어율도 2.87(4위)로 낮췄다. 윤석민도 후반기 선발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했다. 4관왕과 시즌 MVP를 독차지했던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뚜렷하게 구위를 회복하고 있다. 방어율 3위(2.86)에 올라있다. 트로이카 가운데 김광현만이 들쭉날쭉한 투구내용으로 아직 난조를 보이고 있다.
장원삼이 8일 두산전에서 9이닝 2실점하며 '이닝 이터'로서 변모했고, 롯데 송승준이 8월 이후 6연속 QS의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며 3승 무패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올시즌 '블루칩'으로 성장한 두산 이용찬(9승 방어율3.07)과 노경은(8승 방어율3.12), SK 윤희상(7승 방어율 3.78), KIA 김진우(7승 방어율3.46) 등도 후보군이다.
KIA 서재응(7승 방어율3.15)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불펜에는 삼성 오승환이 건재하고 우완 롯데 김사율, 삼성 안지만과 정현욱, 좌완 LG 봉중근, SK 정우람과 박희수, 부상에서 돌아온 잠수함투수 롯데 정대현 등 다양한 투수들을 구성할 수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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