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김원섭(KIA 타이거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절박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뛴지도 어느덧 11년째가 됐고 나이 역시 34살로 적지 않다. 올 시즌을 잘못보내면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절실함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김원섭은 올 시즌 KIA의 3번 타자로 활약하며 3일 현재 타율 0.295, 98안타, 53타점, 8도루, 55볼넷을 기록 중이다. 이미 자신의 역대 최다 타점을 넘어섰고 최다 안타와 최다 볼넷 기록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신의 네 번째 3할 타율에도 도전한다.
무엇보다 눈에 뜨는 것은 출전 경기수다. 김원섭은 올 시즌 팀이 치른 105경기 중 101경기에 출전했다. 팀 내에서 안치홍(104경기), 이용규(103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김원섭은 2007년 기록했던 자신의 역대 최다인 114경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원섭은 그동안 만성 간염으로 인해 체력 저하를 겪었다. 여름에 페이스가 떨어지며 경기 출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꾸준히 타선을 지키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원섭은 동계 훈련을 아프지 않고 소화한 것과 함께 위기감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올 시즌 경기에 못 뛰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생활이 얼마 안남게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팀의 중심 타자로서의 책임감도 김원섭의 방망이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KIA는 올 시즌 초반 중심 타선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김상현, 최희섭, 이범호가 부상으로 모두 빠져있다. 김원섭은 "세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 스스로를 끊임 없이 채찍질한다. 김원섭은 지난달 23일 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 갖고 경기장에 남들보다 일찍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
김원섭은 "최근 안타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집에서 많은 생각을 하며 잘했을 때의 영상을 봤다. 내가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일찍 움직여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원섭의 노력은 생각보다 빨리 결과로 나타냈다. 그는 23일부터 치른 7경기에서 타율 0.385(26타수10안타) 6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절박함과 위기감이 베테랑을 다시 눈 뜨게 했다. 대졸 8년 차로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처음 취득하는 김원섭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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