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에서 지난 2009년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중상위권 다툼이 치열한 올 시즌. 반갑고 달콤한 향기다.
지난 2009년, 외국인투수 원-투 펀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은 KIA의 통산 10번째 우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웅들이었다.
정규 시즌에서 로페즈가 14승5패 평균자책점 3.12, 구톰슨이 13승4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며 팀의 12년 만의 페넌트레이스 1위에 일조했다. 에이스 역할을 했던 로페즈는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더욱 빛났다. 1차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동안 3실점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끈 로페즈는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선 5차전에 선발로 나서 완봉승을 거두며 시리즈의 흐름을 KIA로 가져왔다. 결국 KIA는 마지막 7차전에서 웃을 수 있었다.
2009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KIA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앤서니 르루는 올 시즌 21경기에 나서 9승7패 평균자책점 3.76, 헨리 소사는 13경기에 출전해 7승4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KIA의 외국인 투수들은 시즌 초반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앤서니와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 중 퇴출할 외국인 선수를 고심했다. 앤서니는 4월 한 달간 1승2패 평균자책점 7.91, 라미레즈는 5월에 불펜으로 10경기에서 나와 2승1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선동열 감독은 고심 끝에 선발 투수인 앤서니를 선택했고 소사는 라미레즈의 대체 선수로 5월24일 팀에 입단했다. 앤서니는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선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선동열 감독은 현재 두 외국인 투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마운드에 오르면 안심이 된다. 투수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선 감독은 "앤서니는 여름이 되니 직구 구속이 5km는 늘어난 것 같다. 150km 중반까지 직구 속도가 나오고 있다. 소사는 초반 투구 습관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그것을 잘 극복해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로 앤서니와 소사는 로페즈, 구톰슨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09년 로페즈와 구톰슨은 27승을 합작했다. 1.86경기당 1승을 하고 있는 소사와 2.33경기당 1승을 하고 있는 앤서니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앤서니는 12~13승, 소사는 11~12승이 가능하다. 소사가 5월에 합류한 것을 감안한다면 2009년에 버금가는 성적이라 할 수 있다.
막강한 두 외국인 선발 투수들 보유한 KIA는 플레이오프에서 강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42승4무41패로 5위를 달리고 있는 KIA는 현재 2위 두산 베어스에 3경기 뒤져있다. KIA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윤석민과 함께 막강한 1,2,3 선발을 형성할 수 있다. 단기전에서는 선발 투수의 능력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다. KIA는 플레이오프에서 꺼낼 히든 카드를 가지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