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선수 <피스토리우스>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현실에서 증명해낸 인물이 있다. 바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다. 절단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비장애인들의 올림픽(2012런던올림픽)에 출전해 감동의 역주를 펼친다.
1986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선천적으로 종아리뼈가 없었다. 생후 11개월 만에 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때부터 피스토리우스는 보철 의족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의족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이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운동을 좋아했다. 학창시절 럭비, 수구, 테니스, 레슬링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다. 운동신경도 좋아 레슬링을 배울 당시에는 클럽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3년 럭비를 하던 도중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했다. 또 한 번의 큰 시련을 겪어야 했던 그는 재활을 위해 육상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육상이었지만 이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2004년(당시 18세)부터 본격적으로 육상을 배우기 시작한 피스토리우스는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2004아테네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100m 3위와 200m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2005패럴림픽월드컵에서는 100m와 2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을 시작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장애인대회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상대는 없었다.
패럴림픽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피스토리우스는 새로운 도전을 나섰다.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들의 올림픽 출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2008베이징올꽁? 출전을 노렸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피스토리우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육상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는 스프링이나 바퀴 등 어떠한 도구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를 했고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힘겹게 출전 자격을 얻어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IAAF가 정한 400m 출전 A기준기록인 45초30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4년 뒤 런던올림픽을 기약해야 했다.
그의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올림픽 대신 참가한 2008베이징패럴림픽 100·200·400m에서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비장애인들과의 첫 대결이었던 2011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00m 준결승에 올랐다. 1600m 계주 1번 주자로 참가해 은메달도 목에 걸었다.
충분한 경험에 자신감까지 얻은 피스토리우스는 다시 한 번 올림픽의 문을 두드렸다. 관건은 A기준기록 통과였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3월 자국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 45초20으로 A기준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남아공육상연맹과 남아공올림픽위원회(SASCOC)의 규정이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연맹과 SASCOC는 트랙 종목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2회 이상 A기준기록을 통과해야 하고 그 중 한 번은 국제대회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아프리카육상선수권 남자 400m 결승에서 45초52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피스토리우스는 0.22초 차이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시는 듯 했다.
좌절의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남아공육상연맹은 기존 규정을 완화해 남자 400m와 1600m 계주 국가대표선수로 피스토리우스를 선발했다. 그간 피스토리우시가 보여준 열정과 실력을 인정한 것이었다.
2번의 도전 만에 올림픽의 꿈을 이뤄낸 피스토리우스는 "남아공을 대표해 런던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큰 영광이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 위에서 내 개인 최고기록을 꿈꾸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레디 SASCOC위원장은 "우리는 피스토리우스가 400m와 1600m계주에서 모두 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그가 해내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결정은 '피스토리우스는 할 수 있다'로 모아졌다"고 '기적의 사나이'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올림픽 출전만으로도 이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된 피스토리우스는 다음달 7일과 11일 각각 400m와 1600m 계주에 나서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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