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없이 의족 블레이드를 딛고 달리는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는 요즘 표정 관리가 어렵다. 허벅지 절단면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흐르는 사진들을 바라보면서도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꿈에 그리던 런던 올림픽 출전이 확정돼 올림픽 데뷔 날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종아리 뼈가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생후 11개월 때 두 다리를 절단, 장애아가 됐지만 의족을 단 채 모든 운동에 적극적이어서 럭비선수까지 했을 정도였다. 결국 역경을 이기고 줄기찬 노력 끝에 세계 정상급 육상선수가 됐다.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두 번이나 우승 경력이 있지만 두 다리 없는 장애인이 정상인의 올림픽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이달 초 남아공 올림픽 선수단에 포함됐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만해도 그의 이름은 125명 선수단 명단의 맨 꼴찌에 연필로 임시 추가해 넣은 상태였지만, 이제는 명단이 확정됐다.
이탈리아 북부 훈련 캠프에서 연습 중인 피스토리우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좋아서 자면서도 웃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볼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 런던 올림픽 출전은 내 필생의 소원이었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이제 가까스로 시험 자격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본격적인 시험은 내 앞에 놓여 있다"고 그는 각오를 다졌다. 그 시험은 런던 올림픽 400m 경기가 열리는 8월4일이다. 심한 더위가 예상돼 카본섬유 블레이드와의 마찰로 다리 절단면이 항상 쓸리고 물집이 잡히는 피스토리우스로서는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카본 섬유 의족은 스포츠계에서 끊임없는 시비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의 블레이드의 강한 탄성 때문에 이득을 본다는 것. 결국 비장애인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 때문에 정상인의 대회에는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2008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그의 출전 자격을 인정했고 지난해 그는 남아공의 400m 계주팀의 일원으로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은메달을 차지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 세상에는 언제나 시비를 좋아하는 사람들, 기사 방향을 묘하게 비틀어서 보도하는 기자들, 유명해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 기회만 있으면 파란 걸 빨갛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테스트를 거쳤고 혼자 힘으로 달릴 능력도 있으며 노력과 희생의 축적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도시 홍보를 위해 전지 훈련을 와달라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간도시 제모나 시장의 부탁으로 그곳에서 남아공 육상팀과 함께 두 시즌째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장은 런던 올림픽 트랙과 똑같은 환경을 부탁하는 피스토리우스의 주문대로 연습용 트랙까지 새로 마련해주는 등 지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설적인 400m 세계신기록 보유자 마이클 존슨 등 장애인의 올림픽 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장애인이 정상인과 겨루는데 반대 의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의 400m 금메달리스트 라숀 메리트 선수는 "빨리 올림픽에서 피스토리우스 선수와 경주해보고 싶다"며 "정상인과 겨루고 싶다는 그의 염원,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가 쏟아부은 노력과 끈기 있는 훈련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오늘도 '치타 플렉스 푸트'란 이름의 그의 두 다리 블레이드를 달고 지난해 대구에서 달성한 400m 종목 준우승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지금까지 45.07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는 '서브45' 즉 45초 이내로 완주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이탈리아 리그나노에서 있었던 400m 예비 경주에서 피스토리우스는 46.56으로 2위를 차지, 미국 선수 캘빈 스미스의 45.52에 약간 뒤졌다. "최근에는 연습보다 올림픽 참가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 더 많은 시간을 뺏겼다"는 그는 다시 훈련에 전념해 최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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