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선수 <로저 페더러>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스위스)가 올림픽의 한(恨)을 풀기 위해 2012런던올림픽에 출격한다.
지난해부터 매서운 상승세를 자랑한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의 런던올림픽 단식 금메달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윔블던의 황제' 페더러가 올해 윔블던에서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 무게가 약간 페더러 쪽으로 쏠리게 됐다.
페더러는 말이 필요 없는 남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8년 프로로 전향한 페더러는 1999년부터 메이저대회에 참가했다. 이후 13년간 페더러는 각종 메이저대회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페더러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무려 17차례다. 2003년 윔블던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낸 페더러는 그해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황제'로 거듭났다.
호주오픈에서 4차례(2004년·2006년·2007년·2010년) 우승을 거머쥐었고, 프랑스오픈에서 1번(2009년), 윔블던에서 7차례(2003년~2007년·2009년·2012년) 정상에 올랐다. US오픈에서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연패를 달성했다.
페더러가 세운 17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은 역대 통산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페더러는 지난 2009년 윔블던에서 개인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피트 샘프라스(41·미국)가 갖고 있던 종전 역대 통산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뒤 17번까지 늘렸다.
또 페더러는 2004년 2월2일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후 2008년8월18일까지 무려 237주, 1659일 옛? 세계랭킹 맨 윗자리를 지켰다.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달린 것은 페더러가 유일하다.
2008년부터 페더러의 위상은 조금씩 휘청대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윔블던 우승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라파엘 나달(26·스페인)에게 모두 뺏기면서 세계랭킹 2위 자리를 밀려났다.
그래도 페더러는 한동안 건재함을 과시했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한 페더러는 2009년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랐고, 프랑스오픈, 윔블던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9년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염원해온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2010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황제'는 본격적으로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 호주오픈 이후 올해 윔블던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페더러의 우승은 전무했다.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해 프랑스오픈이 전부였다.
2010년 프랑스오픈 8강에서 떨어진 페더러는 자신의 텃밭인 윔블던, US오픈에서 각각 8강,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호주오픈에서는 4강에 그쳤고, 윔블던에서는 또 다시 8강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US오픈에서도 4강을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도 페더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올해를 앞두고 노박 조코비치가 금메달의 강력한 후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조코비치는 무서운 상승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2010년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발동을 건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윔블던, US오픈 우승을 휩쓸었다. 프랑스오픈에서도 4강까지 올랐다. 올해에도 호주오픈 우승, 프랑스오픈 준우승을 거머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7월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꿰찬 조코비치는 올해 윔블던이 열리기 전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페더러가 올림픽 단식 금메달과 좀처럼 연을 맺지 못하는 징크스를 안고 있다는 것도 조코비치 쪽의 손을 들게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페더러는 단식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준결승, 3·4위 순위결정전에서 잇따라 패배해 메달을 거머쥐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단식과 복식에 모두 나선 페더러는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2회전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단식에서도 그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페더러는 단식 8강에서 당시 랭킹 7위였던 제임스 블레이크(미국)에게 져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나마 스타니슬라스 바빙카와 함께 나선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페더러는 올해 자신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던 윔블던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다시 청신호를 밝혔다.
올해 윔블던에서 7번째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샘프라스가 보유한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에 타이를 이루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런던올림픽 전망을 밝히는 우승을 차지하면서 2008년 이후 4년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하며 다시 '황제'란 칭호에 어울리는 모습을 뽐냈다.
지난 16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도 1위를 지키면서 287주 동안 자리를 지키게 된 페더러는 샘프라스가 가지고 있던 최장 세계랭킹 1위(286주) 기록을 다시 썼다.
모든 것을 이룬 페더러가 단 하나 갖지 못한 것은 올림픽 금메달 뿐이다. 이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페더러는 금메달을 따면 '커리어 골든 슬램' 고지를 밟게 된다.
이번 런던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불과 한 달 전 좋은 기억을 남긴 윔블던에서 열려 페더러에게는 '커리어 골든 슬램'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역시 페더러의 가장 큰 적은 조코비치다. 나달도 강적이지만 잔디코트에서는 조코비치가 더 무서운 상대다.
조코비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경험도 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조코비치는 준결승에서 패배했지만 3·4위 결정전에서 이겨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코비치는 이전의 조코비치가 아니다. 페더러, 나달이 이룬 양대산맥에 가려있던 조코비치는 '양대산맥 시대'의 종말을 이미 알렸다.
페더러가 조코비치를 넘고 깊이 묵은 '한'을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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