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할 징크스’다. 시즌 개막전 이후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감독이 “승률 5할 돌파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할까. KIA를 두고 하는 소리다.
올 시즌 KIA는 승률 5할을 7번 기록했다. 그 가운데 6번이나 다음날 어김없이 패하며 승률 4할대로 내려앉았다.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패하며 7전7패가 됐다. KIA 선동열 감독은 “부상선수가 많은 가운데 승률 5할을 기록한 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일”이라며 “올스타전까지 남은 경기에서 승수를 많이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 감독의 말대로 KIA가 승률 5할대로 복귀한 건 대단한 일이었다. KIA는 6월 22일까지 24승1무31패로 승률 4할3푼6리를 기록했다. 순위는 7위. 승률 5할에 복귀하려면 +7승이 필요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이러다 포스트 시즌은 고사하고, 하위권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돈 것도 당연했다. 선 감독 역시 “부상선수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팀을 재건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우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트레이드가 반전의 호재로 작용했다.
타선 강화차원에서 트레이드를 모색하던 선 감독은 삼성과 협상을 시작했다. 카드가 좁혀졌다. KIA는 좌타자 조영훈을 지목했다. 삼성은 우완 김희걸을 선택했다. 선 감독은 삼성 사령탑 때부터 조영훈을 주목했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조영훈이 KIA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가 팀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확신하지 못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조영훈이 가세한 6월 23일부터 KIA는 7연승을 내달렸다. 조영훈은 이 기간 팀에서 가장 많은 10타점을 기록했다. KIA는 7연승을 바탕으로 7월 4일에 시즌 7번째 승률 5할에 복귀했다.
‘조영훈 효과’가 커 보이는 까닭일까. 많은 KIA팬과 야구관계자들은 KIA가 다시 한번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 상승을 이끌 수 있을까 궁금해한다. 7일 목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선 감독은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트레이드에 나설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영입만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출혈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트레이드를 통해 선 감독이 강화하고 싶은 포지션은 어디일까. 불펜투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게 KIA는 김진우, 한기주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불펜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기주는 전반기에 나오지 못한다. 최향남을 영입하긴 했지만, 아직 전적으로 안심하긴 이르다. 선 감독도 “불펜이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선 감독은 뜻밖에 “만약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면 조영훈 같은 중장거리 타자를 영입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올 시즌 KIA는 팀 홈런 20개, 팀 장타율 3할4푼9리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장타력이 떨어진다. SK의 팀 홈런 65개와 팀 장타율 3할9푼1리에 비하면 홈런은 3배 이상 적고, 장타율은 무려 4푼2리나 낮다. 중심타자들의 홈런도 최희섭이 5개, 나지완이 3개, 이범호가 2개에 불과하다.
선 감독은 한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확’ 변화시킬 중장거리 타자를 원하나, 자신의 바람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영훈 트레이드를 진행하며 다시 느꼈지만, 우리 구단들은 트레이드에 매우 소극적이다. 서로 이익만 보길 원하지, 출혈은 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나 ‘우리 팀에 있던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잘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움이 있다. 7월 말까지 트레이드를 끝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쉽지 않을 것 같다.”
선 감독은 조영훈 트레이드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삼성과의 친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조영훈 트레이드는 내가 (삼성에 가서) 억지로 부탁해서 된 거나 마찬가지다. 삼성 프런트와 류중일 감독에게 계속 ‘트레이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엔 삼성이 도와줬다. 2010시즌이 끝나고서 삼성 감독에서 물러나며 구단과 관계를 좋게 하고 떠난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때 관계를 잘 정리하지 못했다면 이번 삼성과의 트레이드 논의는 아예 시도도 하지 못했을 거다.”
만약 추가 트레이드를 시도한다면 이번에도 삼성일까? 선 감독은 “국내 구단 가운데 트레이드를 시도할 만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팀은 삼성뿐”이라면서도 재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야구계는 풍부한 경험과 강한 리더십으로 5, 6월 위기를 이겨낸 선 감독이 어떤 카드로 팀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지 주목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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