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윤석민의 완벽투에 선동열 감독의 마음에도 해가 떴다.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뚫어준 완벽한 배터리 호흡이었다.
윤석민은 지난 4일 광주 두산전에서 8이닝 4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시즌 5승(3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도 3.01로 낮췄다. 에이스의 복귀에 KIA도 5할 승률을 맞췄다.
선 감독이 반가운 이유는 단순히 윤석민의 완벽투 때문이 아니다.
선 감독은 지난 3일 광주 두산전을 올 시즌 가장 안타까운 경기로 꼽았다. KIA는 6회까지 3-0으로 이기다 7, 8회 5실점을 하며 4-5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역전패는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선 감독이 답답했던 것은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박지훈-김상훈의 배터리 볼 배합이었다.
선 감독은 “사람의 눈은 같은 구질의 공을 3~4개 정도 보면 적응하게 돼 있다”며 단순했던 볼 배합을 꼬집었다. 단순한 볼 배합이 투수의 결정구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일종의 결정구를 위한 페이크 모션의 필요성이다.
이어 선 감독은 “바깥쪽 공에 약한 타자를 상대할 경우 몸쪽 승부를 한 번 한 후 바깥쪽을 던져야 한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열변을 토했다. 또 “이날 경기를 통해 배터리들이 많은 공부를 했을 것”이라며 “감독이 원하는 것을 선수들이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윤석민-차일목 배터리는 선 감독의 답답했던 속을 시원하게 뚫었다. 선 감독이 원하는 바로 그 볼 배합이었다.
윤석민의 결정구는 140km/h 이상의 고속 슬라이더. 상대 타자들도 이미 파악된 사실이다. 이날 경기 초반 두산 타자들은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집요하게 커트해냈다. 4회 두산 정수빈과 최준석은 윤석민에게 18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기도 했다.
윤석민-차일목 배터리는 재빨리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 이날 윤석민의 탈삼진은 2개에 그쳤지만, 두산 타자들을 내야 땅볼과 플라이로 요리했다. 8회 무사 1-3루 최대 위기 상황에서도 고영민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김재호를 병살타로 처리하는 깔끔한 피칭으로 선 감독의 마음을 달랬다.
윤석민은 "상대 타자들이 내 결정구가 슬라이더라는 것은 다 알고 들어온다. 처음에 슬라이더가 커트 당해 직구를 보여주는 공으로 던졌다. 직구를 던져서 타이밍을 뺏은 뒤 다시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이 원했던 볼 배합이다. 선 감독은 “양 팀 선발 투수들이 훌륭한 피칭을 했다”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선 감독이지만, 8연승이 끊긴 후유증을 답답했던 배터리에서 풀어줘 그 어떤 경기보다 만족스런 승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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