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며 6위로 올라섰다. 지난 5월 29일 잠실 두산전 패배 후 줄곧 7위에 머물렀던 KIA는 자리교체에 성공했다. 딱 30일 만이다.
시즌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KIA를 상위권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각한 타격부진과 마운드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끝없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6월초에는 팀 전체 홈런수가 강정호(넥센)의 개인 홈런 수보다 적은 '굴욕'을 맛봤고 한기주 역시 부상으로 1·2군을 오르내려 선동열 감독의 애를 태웠다. 일부에서는 "KIA가 내년 시즌을 바라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5연승 속에서 빛났던 조영훈 최향남 윤석민의 활약을 되짚어 보면 KIA의 '7월 반전'을 조심스럽게 점 쳐볼만 하다.

▲타선 숨통 틔운 '이적생' 조영훈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조영훈(30)은 지난달 22일 김희걸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조영훈은 올시즌 이승엽(36)이 복귀하면서 자리를 뺏겼고 1·2군을 오르내렸다.
조영훈은 KIA로 오자마자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13-8 대승을 이끌었다. 이적 후 6경기 타율은 0.259. 낮은 타율이지만 타점은 8개나 된다. KIA는 조영훈이 출전한 6경기 중 5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조영훈의 가세는 KIA 타선에 숨통을 틔웠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던 최희섭의 수비부담을 덜어주면서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다. 최희섭이 지명타자로 자리를 바꾸면서 나지완과의 경쟁 효과까지 생겼다.
선동열(49) 감독은 "최희섭이 수요일 정도만 되면 체력이 부쳐 방망이가 마구 돌아갔다. 조영훈이 오면서 최희섭이 쉴 수 있게 됐다. 정말 잘 쓰고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온 '퇴근본능' 최향남

지난달 27일 잠실 LG전. 6-4 근소한 리드를 이끌고 있던 KIA의 9회말 수비 때 새 마무리가 첫 선을 보였다. '풍운아' 최향남(41)이다.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2루타를 허용해 잠시 흔들린 최향남은 이어진 김일경, 이병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감을 찾았다. 최향남은 후속타자 최영진을 범타 처리하며 KIA의 4연승을 이끌었다. 1385일만에 세이브를 거둔 최향남은 "사실 좀 흥분했다"는 말과 함께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세이브 투수에 올랐다.
6월초 합류한 최향남은 첫 등판이었던 지난 17일 군산 LG전에서 1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가능성을 엿보였다. 이어 19~20일 삼성 대구전에 등판해 각각 ⅔이닝, 1⅔이닝을 던지면서 무실점을 이어갔고 지난 23일 광주 SK전에서는 4-2로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초 등판,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향남의 구위를 인정한 선 감독은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한기주와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유동훈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겼고 최향남은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시즌 내내 오락가락 하던 KIA의 뒷문에 단단한 자물쇠가 나타난 것이다.

▲구위 회복한 윤석민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을 차지했던 윤석민(26)은 최근 슬럼프 기미를 보였다.
5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하며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던 윤석민은 같은달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5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지난달 1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3이닝 6피안타 5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됐다.
무엇보다 구속이 문제였다. 직구 스피드가 146~147㎞에 머물렀고 슬라이더 구속 역시 130㎞를 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선 감독은 지난달 13일 윤석민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며 휴식을 줬다.
14일 만에 돌아온 윤석민은 지난 27일 잠실 LG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의 무난한 호투로 팀의 4연승을 견인했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되살아난 구속이었다. 윤석민은 이날 142㎞에 이르는 고속슬라이더를 연신 뿌려댔고 직구 최고구속은 151㎞까지 나왔다.
지난해 17승을 거두며 KIA를 이끌었던 윤석민이 살아난다면 KIA는 '윤석민 등판 = 승리' 공식을 적용할 수 있게 돼 한층 편안하게 승수를 쌓을 수 있다.
윤석민은 "내려가서 쉬다 보니 밸런스가 잡혔다. 슬라이더가 140㎞ 이상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복귀를 자축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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