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김병현(33·넥센)이 한국 무대 진출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김병현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13-3 대승을 거두면서 김병현은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병현의 투구수는 고작 70개. 이닝당 11.7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몸에 맞는 볼 2개가 나오긴 했지만 앞선 경기보단 제구가 괜찮았다. 스트라이크는 48개. 최고 구속은 143㎞를 찍었다.
김병현은 1회초 김현수에게 투런포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초구에 높은 직구를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홈런 한 방은 김병현에게 변화를 가져다줬다. 김병현은 직구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활용하며 타자들을 상대했다. 이미 한 차례 상대했던 두산이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타선의 분전으로 어깨가 가벼워진 김병현은 2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3회 몸에 맞는 볼 2개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6회까지 큰 무리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투구수 11개로 2이닝(4회 4개·5회 7개)을 막은 것도 편하게 경기를 풀어가는데 도움이 됐다.
김병현은 "상체를 펴고 팔을 올리면 스피드는 올라간다. 그런데 공끝의 움직임은 많이 없는 것 같다"며 "힘을 빼고 던지니 제구가 그런대로 잘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민태 코치와 강약 조절을 해보자 했는데 그게 주효했다. KIA전에서는 썩 좋지 않았는데 지난 경기부턴 괜찮아졌다"고 덧붙였다.
김병현은 이날 보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3회 두산 김진욱 감독은 김병현의 투구폼을 지적했다. 투구시 오른발을 떼었다 던지는 것이 보크라는 것이었다.
이에 "어떤 부분으로 항의를 하시는지 몰랐다"고 말한 김병현은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왼손 타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드러냈다. 3회 최주환과 김현수에게 몸쪽 공을 던지려다 몸에 맞는 볼을 범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
김병현은 "왼쪽 타자가 많으니 좀 더 붙이려는 욕심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일부러 맞히려 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병현은 김현수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산뜻한 출발을 보인 김병현은 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첫 4일 휴식 후 출격이다.
"한 경기, 한 경기 그냥 던질 수 있는만큼 던지고 있다"는 김병현은 "집에서 푹 쉬고 잘 먹으면서 다음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칭스태프도 김병현의 투구에 만족해했다.
김시진 감독은 "제구력을 우선으로 하다보니 투구수가 적었고 효과적인 피칭이 가능했다"며 "지금부터는 주위의 조언보다 경험이 많아 스스로 잘 풀어갈 것이라고 본다.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상대가 1회부터 직구 타이밍을 잡고 들어오는 것 같아서 변화구 패턴으로 바꾼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몸 상태가 완벽해지면 더 빠르고 좋은 제구력으로 멋진 피칭을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