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올림픽 개막이 오는 27일로 개막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을 기다린 태극전사들은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을 오가며 연일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 못지 않게 분주한 사람이 또 있다. 런던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은 이기흥(57) 대한수영연맹 회장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 선수단의 '아버지'다.
이 단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948년 처음으로 런던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 출전하고 64년 만에 다시 찾는 런던이다.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양적·질적으로 발전해 온 체육계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이번 런던올림픽을 발판으로 체육계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목표로 내건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에 대해선 "금메달 10개 획득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실수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전통적인 메달밭 양궁, 태권도뿐 아니라 펜싱, 배드민턴, 유도,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다. 이렇게 고르게 분포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선전을 자신했다.
이 단장은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어 2004~2009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201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홍보임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장을 맡아 종합 2위의 성적을 올리는 등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한 체육계 인사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목표 달성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마음을 편안히 먹고 훈련 성과가 100% 나올 수 있도록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면 한다"며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기흥 선수단장과의 일문일답

- 개막이 30여일 남았는데.

"부담이 적지 않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는 등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목표가 금메달 10개인데 결코 쉬운 수준은 아니다. 아차하면 날아가는 것이 올림픽 메달이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후회 없는 기량으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목표가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인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양궁, 태권도뿐 아니라 펜싱, 배드민턴, 유도,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다. 이렇게 고르게 분포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16개 종목에서 메달에 접근해 있다."

- 최초로 런던 현지에 훈련 캠프가 마련됐는데.

"현지 적응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브루넬대학교에 훈련 캠프를 마련했다. 처음이다. 독일, 일본 정도가 현지에 훈련 캠프를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 몇 나라 안 된다.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 64년 만에 다시 런던올림픽에 나선다. 의미가 크다보니 크게 지원을 했다. 시설뿐 아니다. 일례로 조리사들까지 모두 따라간다. 한식, 양식, 특식 가리지 않고 선수들의 상황과 기호에 맞게 챙겨주려고 한다. 이번에도 코리아하우스를 개관해 한국의 문화, 풍습과 국내 기업들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유럽에서 열리는 탓인지 4년 전 베이징 때보다 대중의 관심이 덜한 것 같은데.

"베이징 때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차가 없는데다가 성적도 좋아 관심이 대단했다. 이번에는 한참 경기가 열릴 때, 한국 시간이 새벽 3~4시다. 엇박자다.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가 여러 준비로 간극을 메우려 한다.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려고 한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전할 것이다."

- 시차가 8시간 나는데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시차 1시간을 극복하는데 하루 걸린다'는 말이 있다. 경기력만 가지고 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다. 날씨, 기후, 음식, 컨디션 등 외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대한 선수단 입장에서 고려해 체크할 생각이다."

- 단장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나갈 때, 선수단은 부산을 출발해 일본, 중국, 태국, 인도, 이라크,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거쳐 21일 만에 런던에 도착했고 숙소도 구하지 못해 선수촌 옆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고 한다. 64년이 지난 지금 선수단을 위한 전세기가 뜨고 대학교를 얻어서 훈련 캠프를 차리는 수준까지 놀랍게 성장했다. 체육계도 크게 한몫했다. 그동안 동·하계올림픽에서 103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한국의 국가 경쟁력, 인지도,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체육계가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본다. 런던올림픽을 발판으로 체육계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국가대표를 지내 올림픽까지 다녀온 선수여도 은퇴하는 순간, 막막해진다. 취업도 안 된다. 강남역 근처에서 유행 지난 양복 입고 돌아다니는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간간이 보는데 부끄럽지 않은가. 체육교사 자격증을 주거나 지자체 체육시설의 지도자로 일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정책적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 또 운동하다가 다친 선수들은 산재 처리도 해줘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음악·미술 등의 예술 분야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지지만 체육인들은 가치가 하락한다. 30대면 끝이다. 연금 등을 통해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반드시 바로 잡아줘야 하는 부분이다."

- 국제종합대회 때면 북한과의 체육 교류에 관심이 많아지는데.

"인위적으로 접촉을 한다거나, 피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다. 아프리카, 남미 등 먼 나라 선수들과도 인사하고 경쟁하는데 북한이라고 해서 일부러 외면할 이유는 없다. 자연스럽게 모두 같은 선수로 봐야 하지 않겠나. 올림픽에 경기를 하러 가는 것이지 정치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대회가 가까워지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안히 마음먹고 그동안 땀 흘린 것이 100%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다. 나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성적을 내면 당연히 좋겠지만 금메달에만 매달리지 말고 온 국민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올림픽에 나가는 자체가 금메달감이다. 나가서 놀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모두 참은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보통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는 관대하게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뜨거운 성원과 관심도 부탁드린다.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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